인턴(The Intern, 2015)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 |
짙은 색 원목으로 꾸며진 옷장, 깔끔하게 접혀있는 행거치프, 단정한 옷차림새와 인자한 주름.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우리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이다. 그것도 그냥 어른이 아니라 모두가 존경할만한 완벽한 어른이다. 느끼하지도 껄렁대지도 않고 겸손하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는 경험많고 지혜로운 아버지상이다. 영화에서는 지난 세대를 대표하는 모습으로 나온다. 낡았지만 전혀 구리지 않다. 가지고 다니는 클래식 가방에서도 기풍이 묻어난다.
단순히 그런 존경스러운 모습을 가지고 권위적으로 행동한다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을 간직하면서도 아직도 가슴이 뛰는 청춘의 내면을 간직하고 있기에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벤 휘태커와 같은 인자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젊은 세대가 꿈꾸는 진취적인 삶 |
뒷통수를 치면 그대로 눈알이 빠져나올 것 같은 큰 눈을 가지고 있는 앤 해서웨이(줄스 오스틴 역)는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 벤처회사의 진취적인 여성 CEO다. 그러면서도 가정에 소홀하고 싶지 않은 그녀, 남편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가정주부로 남아있다. 회사안에서 자전거를 타고다니며 작은 일까지 하나하나 챙기며 변덕이 죽끓는 듯 하다.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회사와 가정 양쪽에 모두 충실하고자 하며 항상 잠이 부족하다.
벤 휘태커와 줄스 오스틴, 모습과 행동을 보면 양극단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알고보면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다. 초반의 오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진짜 어른으로의 벤 휘태커, 그리고 젊고 에너지 넘치며 활동적이면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사는 줄스 오스틴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진심으로 서로를 존경하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으로는 일과 함께 가정의 소중함을 안다는 것이다. 남과 여가 평등한 입장에서 만나 서로 행복하기 위해 만들어가는 가정을 꿈꾸고 실천한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도전하는 삶이다.
젊어서 하는 것과 늙어서 하는 것 |
벤 휘태커와 줄스 오스틴의 시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제는 사라져버린 전화번호부 책자를 만드는 회사에서 40년이 넘게 근무한 벤휘태커는 어찌보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세상과 떨어져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부딪친다. 아내와 사별하고도 세계여행을 다니며 은퇴했는데도 아침부터 양복을 입고 카페에가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회사에서 40년이 넘게 근무하며 부사장까지 올랐지만 다시 신생회사의 인턴으로 들어가며 7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시 연애를 시작한다.
젊어서 이런 것을 하는 것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이 먹어하는 것은 새롭다. 정말 웃기는 것은 처음하는 게 아니라 다시하는 것인데 새롭다는 것이다. 했던 걸 다시하는 도전도 어쨌든 새로운 것이다.
줄스 오스틴 역시 항상 도전하는 삶을 산다. 젊은 나이에 회사를 창업해서 성공을 한다. 직원이 200명이 넘은 회사를 운영하며 일을 손수 챙기며 5분 단위로 쪼개가며 회의를 한다. 새로운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보는 관객들 눈에는 새롭지 않다. 젊은 사람이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열심히 사는 것은 이상할게 없기 때문이다.
이제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사방팔방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줄스 오스틴이 아니라 벤 휘태커라는 것을 알 수있다. 왜냐면 새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새로움과 익숙함이 교차하는 순간에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헐리우드 영화는 별거없다. 미국 졸라짱이거나 가족이 졸라 짱이거나. 개인으로 분화되가는 사회 공동체의 붕괴를 저지하기 위한 문화적 제어장치다. 가족은 항상 뭉쳐야 하고 미국은 항상 정의롭게 승리해야한다. 세상은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애국심과 가족애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하고 그리워하는 부분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런 이상적인 할아버지를 꿈꾸지만 주변에서 보기 힘들고 줄스 오스틴처럼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상황을 원하지만 그것 역시 힘들다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삶은 너무나 불공평하고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 영화는 내가 가진 생각과 다르게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결말로 끝이난다. 왕자와 공주는 결혼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식이다. 결말은 항상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앞서 소제목에서 이런 결말을 욕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나는 이런 결말을 좋아한다. 인간은 합리적이라는 믿음과 함께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찝찝함을 느끼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말 깔끔하고 행복한 결말이지 않은가? 감동적이기도 하고
누가 뭐래도 좋은 영화임이 틀림없다. 간만에 영화관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인생의 멘토를 만난느낌이랄까. 나도 벤 휘태커 처럼 늙어가는 모습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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