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술은 어디까지 적용될 것인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다. 변화에 적응을 해야 할지 거부를 할지 선택할 새도 없이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개를 예측할 수 없는 없는 변화의 중심에 놓여있다는 사실에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있고, 기술의 발전의 풍파를 오감을 통해 느끼며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어린 시절, 나는 후자였다.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실현되는 모습을 보면서 기술의 발전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이루어질까 예상하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생각했던 기술은 바로 통신기술이었다. 통신기술은 과연 얼만큼 발전할 수 있을까?
주목했던 것은 통신기술의 적용 범위였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전화기가 탄생한 이후,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화기 한 대가 맡은 영역은 점점 줄어들어가면서 동시에 세분화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전화기가 처음 들어온 것은 1882년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신기한 기술을 실험하고 싶은 마음에 전화기 두대와 10M 전화선을 중국으로 부터 들여온 것이었다. 진정한 통신이 시작된 것에 대한 1896년 덕수궁 내부에 자석식 전화기가 설치되면서 시작 되었다.
1893년 11월에는 지금의 세관인 총해관에 "일본 동경에서 구입해 들여오는 전화기와 전료(전화기 재료) 등을 면세하라"는 정부 공문이 내려온 적이 있다. 이는 궁궐 안에 전용전화를 가설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 최초의 자석식 전화기가 1896년 덕수궁 내부에 설치됐다. 이 전화는 한성내 주요 관공서는 물론, 인천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초창기의 전화는 그 대수가 제한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로 왕과 신하, 주요 부서를 연결하였다. 개인적인 용무 보다는 공무적 통신수단으로 활용이 되었다. 이후,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공적인 영역에 머무르던 전화가 점차 개인화되어갔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기로는 1970년대 시골마을에는 전화기가 동네에 한대 뿐이 없다고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집집마다 전화기가 한 대씩 있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통신기술이 점유하던 영역이 국가에서 마을로, 그리고 가정으로 축소되어 갔던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 수록 그 속도도 빨라졌다.
마침내, 이동통신이 발전하면서 카폰, 삐삐, 시티폰 등 다양한 개인통신장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빠르게 발전하며 통신기술은 점점 세분화되고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드디어 내 손에도 삼촌이 쓰다 물려준 휴대폰이 들어왔다.
통신기술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것은 바로 이무렵이었다. 가장 골똘히 몰두 했던 주제는 '통신기술이 담담하는 부분은 어디까지 세분화 될 수 있을까?'였다. 통신의 개인화는 사람마다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지금이 바로 통신기술 범위 축소의 한계점이 아닐까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하였다.
다행이도 그 때 생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경향을 미루어 봤을 때, 곧 신체의 일부에 통신장비를 다는 것이 일반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이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도대체 손가락에 휴대폰이 있으면 뭐할 것이며, 발바닥과 눈에 휴대폰이 달린다면 그것을 어디에 쓸 것인가? 당시에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고, 미래에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은 '손에 들고 다니는 이 작은 기기로 티비도 보고 인터넷을 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ICT산업의 동향을 살펴보니, 나의 오랜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통신기술은 훨씬 더 세부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나는 통신기술의 발전을 사람에게만 한정지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 동네 - 집 - 인간 - 신체부위'로 생각을 발전시켰다. 당시에는 냉장고와 전화한다, 세탁기와 통화하고 집에 달린 자물쇠랑 전화를 한다, 냉장고랑 변기가 커뮤니케이션을 나눈다는 생각은 그냥 미친 것이었다. 아니면 아직도 산타가 존재하고 자는 사이 로봇과 인형들이 자기들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 만큼이나 허황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얼마전 미래창조과학부가 IoT(사물인터넷)사업을 주요 육성산업으로 선포하고 2020년 까지 시장규모를 20조원까지 확대시키겠다고 발표하였다. 15년전 내가 가졌던 생각을 뛰어넘었다. 웨어러블 기술의 발전은 어린 시절은 나도 충분히 예측가능 했지만 사물인터넷은 정말 대단한 사고의 전환이다. 기술의 발전은 다양한 분야와 함께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그때는 간과했었다.
통신의 세분화는 신체부위와 동시에 사물에서도 이루어진 것이다. 버튼만 누르면 움직이는 세탁기, 열쇠로 열던 자물쇠 등 수동적이고 입력을 기다리기만 하던 사물들이 기술적이 발전함에 따라 통신과 직접 연결이 되었다. 이제는 세탁기가 자체적으로 빨래의 상태를 진단하고 주인에게 알려주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을 넘어 변기가 사용사의 건강을 판단하고 냉장고에게 신선도를 더 강조 할 수도 있고, 무인카메라가 판단하고 자물쇠에게 명령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남들은 그냥 보고 넘겼을 만한 기사였지만 나에게는 사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잊고 있었던 나의 예측, 그리고 그것조차 뛰어넘어 실현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어렸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기술의 발전을 눈으로 직접 보며 오늘도 하루 늙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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