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을 다녀와서
어제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예전부터 통지서는 계속 날아왔지만 야상도 없는 몸으로 거센 바람을 견딜 수가 없기에 미루고 미뤄왔다.
오월 중순 쯤이면 당연히 뽀송한 솜털을 두른 듯 따듯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제 예비군을 갔다.
예비군이라면 별 거 없이 6시간만 바보가 되어 시간을 떼우다 오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힘들 것은 없다.
다만, 오랜만에 신은 전투화에 물집이 잡히는 것이 가장 힘들고 두번째는 지루함이 제일 힘들다.
어제는 전투화에 물집도 잡히고 지루하여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었다.
아침에 형식적으로 휴대폰을 걷을 때, 휴대폰을 제출하는 사람에 한해서 다만 10분이라도 일찍 보내주겠다고 동대장이 선언하였다.
동대장은 메트릭스의 모피어스가 되어 내앞에서 빨간약과 파란약을 팔고 있었다.
예비군 훈련과 같이 시간만 보내는 일에서 10분은 천지차이다. 남들보다 다만 10분이라도 빠르게 집에 가는 것은 난 니보다 잘났다는 자존심을 지킴과 동시에 퇴소시의 혼잡함을 피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휴대폰을 내고 조금이라도 일찍 갈 것인지 휴대폰을 내지 말고 평범하게 훈련을 받을 것인지 사이에서 갈등을 하기 시작했다.
저 말이 사실일까? 어차피 나는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손해볼 일은 없다.
하지만 한두푼도 아닌 스마트 폰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도 싫고 긴급한 전화가 오면 받을 길이 없다.
찰나의 고민 끝에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지루한 훈련에 돌입했다.
끝나는 시간이 다가오자 동대장은 전에 말했던 대로 휴대폰 제출자 중 6명을 뽑아 빨리 보내주었다.
잠깐 부러웠지만 남은 시간동안 나는 휴대폰으로 시간을 때웠고 휴대폰을 제출하였지만 6명에 들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은 앞사람 머리카락이 몇개인지 세는 것 마냥 앞의 뒷통수를 처다보거나 천장의 모서리를 번갈아 올려다보며 시간을 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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