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볼 켄싱턴 슬림블레이드 프로 사용기
저 스스로를 관심병 종자라고 생각해본적은 없지만 평범한 것보다 나만의 특별한 것을 사용하는 것을 즐기기는 합니다. 특히, 사무실에서 일을 할때는 저에게 딱 맞는 제품을 사서 쓰곤 합니다. 가끔 그것이 좀 비싸다고 할지라도 말이죠. 이번에는 켄싱턴 슬림블레이드 프로 트랙볼 사용기를 전해드리고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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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용 기기에는 아낌없이 투자하자
군인이 전쟁터를 나갈 때는 누구나 좋은 무기를 가지길 바랍니다. 저도 군대에서 K3 사수였는데, 이 K3이라는 것이 기관총이다보니까 일반 소총에 비해 월등한 화력을 지녔기 때문에 든든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 쓸데없이 군인 이야기로 시작하느냐 하시는 분이 있겠지요. 군인은 총을 가지고 전투를 치루지만 회사원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지고 사무를 봅니다. 결국 회사원에게 키보드와 마우스는 총과 칼인 셈이죠. 군인이 수시로 총기를 정비하는 것과 마친가지로 회사원도 수시로 나에게 맞는 장비를 찾아 나서야합니다. 바로 그렇게 찾은 저의 무기가 켄싱턴 슬림블레이드 프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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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마우스 대신 트랙볼을 더 정교하게 쓸 수 있을까?
일단 저는 켄싱턴 슬림블레이드 프로를 쓰기 전에는 로지텍 M570 마우스를 썼습니다. 이것도 역시 트랙볼 마우스이긴 하지만 엄지로 볼을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엄지로 볼을 굴리는게 어떻게 보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로지텍 M570을 쓰면서 트랙볼 마우스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트랙볼 마우스에 매력을 느끼고 보시는 것일 거라 생각합니다. 로지텍 M570은 지금 단종되었지만 저의 트랙볼 입문이라는 점에서 특별했습니다.
애초에 트랙볼 마우스라는 게 일반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겁니다. 주변에 쓰는 사람도 많지 않죠. 그만큼 마이너합니다. 마이너 하다는 것은 다른 시각에서 보면 진입장벽이 높다는 소리입니다. 왜냐면 일반 마우스에 비해 정교한 작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건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합니다. 일반 마우스가 손, 손목, 팔꿈치와 어깨의 근육을 동시에 소비하는 만큼 좀 더 정교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트랙볼 마우스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분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겠죠.
“무슨소리야? 나는 트랙볼 마우스도 굉장히 정교하게 잘 사용하는데?”
제가 장담하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일반 마우스를 활용하면 일반 마우스는 훨씬 더 정교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트랙볼 마우스로 정교한 컨트롤을 요구하는 FPS 게임을 한다는 것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마라톤을 뛰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정교함을 포기하고 얻는 것이 있어야 트랙볼을 사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바로 그 점에 대해서 알려드리고자 이번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효과적인 트랙볼 마우스
손가락을 쓸 것인가 손목, 어깨, 팔꿈치를 쓸 것인가. 여기서 마우스와 트랙볼의 차이가 생깁니다. 마우스는 손목과 팔꿈치, 어깨를 모두 사용합니다. 반면에 트랙볼은 손가락을 주로 사용합니다. 트랙볼을 사용할때 손목의 움직임이 고정되기 때문에 손목과 어깨에 들어가는 부담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손가락의 부담은 늘어납니다.
그런데 손가락이 움직일 수 있는 각도는 상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손가락은 뒤로 꺽일 수 없을 뿐더러 옆으로도 돌아가지 않습니다. 비틀어지지도 않죠. 손가락을 움직여 보면 알겠지만 정말 유연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는 사람도 손가락을 움직일 때 한방향으로 왕복운동을 할 뿐이며 그 각도도 100도를 넘지 않습니다. 반면 손목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뒤 양옆으로 움직이며 비트는 동작도 가능합니다. 그만큼 손가락보다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으며 다양한 뼈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여기서 트랙볼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나타나는데요. 손목과 손가락. 둘 중에 어느 부분이 평소에 더 혹사당하고 있을까요? 손가락보다는 손목에 훨씬 큰 힘이 실립니다. 물건을 집어 올리거나 던지고 위치를 옮길때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힘을 싣는 부분이 바로 손목입니다. 그에 반해 손가락은 주로 작은 무게와 경비한 자극에 시달립니다. 그리고 손목을 틀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어깨와 팔꿈치의 관절과 근육이 동반됩니다. 여러 관절을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마우스를 정교하게 움직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이 손가락보다는 손목과 어깨 통증을 많이 느낍니다. 물론 손가락이 통증이 별거 아니라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수준의 손목 통증과 손가락 통증이 있다면 손가락 통증이 있는 사람에 비해 손목 통증을 앓는 사람의 삶의 질이 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손가락보다 손목을 평소에 많이 쓰기 때문에 불편함도 더 크게 느끼는 것이죠.
일반 마우스를 사용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손목을 비정상적인 각도로 많이 움직이게 됩니다. 손을 자연스럽게 내리면 손바닥이 몸쪽을 향하는게 편한자세입니다. 그런데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하게 되면 손바닥이 바닥을 향하게 되는데 이건 팔꿈치와 손목을 이용해서 평소에 비해 90도 정도 방향을 트는 것입니다. 이런 자세를 조금 완화하기 위해서 버티컬 마우스가 생겨나게 되었죠. 일단 컴퓨터 작업을 하면 자세가 부자연스럽게 되는 것인데 키보드를 사용하면 손목이 고정되는 반면에 마우스는 손목을 좌우로 무리하며 움직이게 되면서 손목 터널증후근 같은 통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길게 쓰긴 했지만 결국 사무직이 겪고 있는 증상은 손목에 집중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손목을 적게 쓰는 마우스가 좋다는 결론입니다. 손목의 활용을 극단적으로 줄여주는 마우스가 트랙볼 마우스가 되는 것이고 손목의 부자연스러운 각도를 최소화 해주는 것이 버티칼 마우스입니다. 경우에 따라 이 두가지 마우스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손목의 통증을 줄여줄 수 있지만 버티컬 마우스는팔꿈치와 어깨의 움직임을 줄이지는 못합니다. 사무직을 하면서 나타는 근골격계질환을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절에 통증이 오기 전에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혹사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물리적 보안을 실현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트랙볼 마우스가 손에 익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최소 반나절 최대 일주일 정도는 사용해봐야 트랙볼 마우스가 나에게 정말 맞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엄청 생소한 경험이 될 것이죠. 저도 트랙볼 마우스라는 건 예전에 컴퓨터 활용능력 필기나 정보처리기사 1차를 준비할 때 이론적으로 보기나 했지 실제로 써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때문에 회사에서 제 컴퓨터를 보는 사람들은 신기해합니다. 와서 한번씩 만져보기도 하죠. 하지만 이내 저에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넘겨주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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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우는 아예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단 생김새부터 우리가 흔히 봐오던 사무기기와 다르니 거부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제 컴퓨터는 웬만하면 사람들이 손을 대는 것을 꺼려하고 그로인해 물리적 보안이 생깁니다. 나만 사용하는 나의 사무기기가 공용사무실에 생긴 셈이죠.
사용공간의 제약이 없다
요새는 재택근무도 많아지고 공용 사무공간이 늘어나면서 유연하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업무공간의 제약이 줄어들면서 이동하는 차, 여행지, 심지어 침대에서도 일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곳에서 트랙볼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트랙볼은 볼을 손가락으로 굴리기 때문에 평평한 바닥이나 마우스 패드가 필요 없습니다. 움직이는 차에서도 손가락만 굴리면 되고 이불 속에서도 손가락만 굴릴 수 있으면 마우스의 자유로움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 위에서는 마우스 보다 트랙볼이 쓰기 좋습니다. 바로 이점이 해군의 구축함에서 트랙볼을 쓰는 이유죠. 그리고 이 전쟁터와 같은 사무실에서 트랙볼을 쓰는 것이야 말로 전장에 임하는 사무직 요원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어차피 켄싱턴 슬림블레이드 프로로 옵니다
지금까지 트랙볼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했다면 이제부터는 캔싱턴 슬림블레이드 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큰 볼로 인한 정밀함
앞서 말씀드린대로 트랙볼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M570같이 엄지 손가락으로 볼을 굴리는 것과 켄싱턴 슬림블레이드 처럼 검지와 중지로 볼을 굴리는 구조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로지텍 M570으로 입문을해서 이제는 슬림블레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둘 다 트랙볼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만 켄싱턴 슬림블레이드의 볼이 훨씬 큽니다. 슬림블레이드의 볼 크기가 3구 당구공 보다 조금 작은 크기라면 엄지로 돌리는 모든 트랙볼의 크기는 커봐짜 탁구공 정도 크기도 안됩니다. 볼의 크기는 바로 정밀함으로 귀결됩니다. 반짝이는 트랙볼 표면의 움직임을 광학센서로 읽어내는 것이 트랙볼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비비탄을 손으로 굴리는 것과 볼링공을 손으로 굴리는 것을 생각해볼 때, 표면의 움직임은 당연히 크기가 큰 볼링공이 더 클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센서는 볼링공을 굴리는 것을 더 정밀하게 인식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볼 크기를 가진 대중적인 트랙볼은 켄싱턴 슬림블레이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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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의 자유로움
얼마 전까지 켄싱턴 슬림블레이드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유선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유선 입력장치는 무선입력장치보다 안정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점은 알지만 그래도 저는 무선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습니다. 책상 위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선이 주는 불쾌함을 참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해서 멀티 페어링이 되지 않는 무선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로지텍 M570을 엄청 잘쓰고 있었는데 다른 트랙볼을 알아보게 된 계기가 바로 이 멀티 페어링입니다. 저는 회사에서 컴퓨터와 아이패드 두가지 기기를 동시에 쓰기 때문에 멀티페어링이 필수입니다. 그 점에서 켄싱턴 슬림블레이드 프로를 알게 되었을 때, 이건 반드시 사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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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싱턴 슬림블레이드는 전용 USB 수신기와 블루투스, 그리고 유선 모드를 지원합니다. 선을 연결한다면 3개의 멀티페어링을 지원하고 선이 없어도 두개를 다중 연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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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 옆에 있는 슬라이드 형식의 버튼으로 간단히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컴퓨터는 전용 수신기로, 그리고 아이패드는 블루투스로 연결해서 사용합니다. 뭐.. 그렇다고 빠르게 전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약 1초 정도 딜레이가 발생하긴하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8가지 버튼 지원
게이밍 마우스를 사용하는 분들 중에는 마우스에 달린 버튼이 많은 것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있죠. 이 분야에서 켄싱턴 슬림블레이드는 트랙볼 사이에서 원톱입니다. 버튼이 볼 위에 두개 아래 두개, 총 4개인데 위에 둘, 좌로 둘, 우로 둘, 하로 둘 해서 두개씩 동시에 누르는 것도 지원하기 때문에 8가지 동작을 지원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좌우 클릭을 제외하고 나면 여섯가지 움직임을 임의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위 두개는 좌우 스크롤, 위에 버튼 동시 클릭은 바탕화면, 아래버튼 두개는 모든 창 띄우기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좌 동시클릭와 우 동시클릭은 잘 사용 안해서 뭐로 쓰는지 잘 기억은 안나네요.
3축 움직임에서 오는 감성
이 트랙볼을 사용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손가락으로 볼을 굴리는 느낌이 좋습니다. 이건 굉장히 주관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볼을 살살 굴리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낍니다. 일반 마우스는 x축과 y축이라는 두가지 움직임만 제공합니다. 오른쪽과 왼쪽, 위와 아래로만 움직일 수 있죠. 하지만 트랙볼은 여기에 더해 회전이라는 움직임이 더해집니다. 볼을 위 아래가 아니고 팽이 돌리듯 돌리면 스크롤이 되는데 이런 동작이 은근히 매력있습니다. 돌릴때 나는 따따닥하는 소리도 듣기 좋고요. 결국 감성입니다. 동글동글한 것을 좋아한다, 볼링을 좋아한다면 트랙볼을 써야합니다.
결국은 가성비
돈도 하나 못받고 쓰는 포스트인데 쓸데없이 정성이 들어갔습니다. 인간은 이렇게 비효율적인 집착을 하게 되나봅니다. 트랙볼을 사용하고 싶은데 가장 망설여지는 점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내가 이것을 잘 활용할 수 있을까? 라는 아주 근원적인 질문이고 두번째는 가격입니다. 이게 쓸데없이 비쌉니다. 가장 싼 트랙볼이라는 M570도 3~4만원대이니까요. 일반 마우스를 다이소에서 몇천원에 살 수 있는데 얘는 기본이 3만원 이상입니다. 켄싱턴 슬림블레이드 프로를 국내 정발로 사려면 20만원이 훌쩍 넘어버립니다. 이건 직구를 해야합니다. 저는 블랙프라이데이까지 기다려 직구로 106달러에 구매했습니다. 결국은 가성비인데, 가성비라고 무조건 싼 것을 사라는 것이 아니지요.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뜻인데, 10만원이면 10만원 이상의 값어치를 해야 가성비가 있다는 말이죠. 저는 10만원이면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구매했습니다.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 40년을 일하는데 10만원으로 만족스러운 장비을 구매했다면 괜찮은 선택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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