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표면 녹, 타르, 나무 수액 지우는 셀프세차
세차의 계절 여름이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세차는 여름보다 겨울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합니다. 겨울에 먼지와 엉켜 녹은 눈은 세차를 해도 금새 차를 더러워지게 하죠. 그리고 눈을 녹이기 위해 도로에 뿌려지는 엄청난 양의 염화칼슘도 여름보다 겨울에 더 세차에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겨울은 세차를 하기에는 너무 춥습니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만 되면 세차를 하곤하는데요. 저는 직장이 저기 저 먼 강원도 산골짜기에 있기 때문에 산속에 있는 고속도로를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쯔음에 산 속에 있는 고속도로를 타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공감할만한 성가진 존재들이 있는데, 바로 차에 부딪혀 죽어나가는 곤충과 벌레들입니다.
벌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도 먹고 살아야하기에 어쩔 수 없이 어두운 밤 중에 고속도로를 라이트를 켜고 달릴 수밖에 없고, 또 환한 빛을 본 곤충들은 그게 자기 저승길인지도 모르고 뛰어들어야 하는 운명이지요. 이렇게 저의 생업과 곤충의 운명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차에 붙은 곤충 사체들입니다.
이런 곤충 사체들은 비오는 날 한껏 달리고 나서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면 쉽게 닦이지만, 누가 그 짜증나는 비오는 날에 세차 생각까지 하면서 달리겠습니까. 마른 벌레 사체를 보노라면 저도 인간인지라 연민과 함께 귀찮은 생각이 듭니다. 세계 2차대전 말, 돌아갈 연료도 없이 무모하게 미국 전함에 들이밖은 가미가제, 그리고 그 가미가제가 부딪힌 곳을 바라보며 느끼는 미해군의 복잡한 심정이 바로 이와 같았을 것입니다.
복잡한 심정을 뒤로하고 지난 주말에 주방용 세제, 그리고 스펀지 수세미와 마른 수건만으로 셀프 손세차를 하려고 달려들었습니다. 한참을 닦다보니 차에 미세한 녹들이 보입니다. 손톱으로 지워보니 어느정도 지워지는 것이 안에서 핀 녹은 아닌 것 같고... 지난해 공사현장을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때 뭍었던 철분이 녹이슬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아니면 더 심각하기 때문이죠. 빡세게 문질러보니 어느정도 지워지긴 하는데 이건 인간의 힘으로 할 것이 아니라 문명의 힘을 빌려 처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작업은 중세시대 노예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굉장히 무의미하고 드럽게 힘만드는 일입니다. 역시 문명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이것은 지난 일주일간 제 차로 돌진한 불쌍한 존재들입니다. 이제는 영혼들이죠. 불쌍한 영혼들을 뒤로하고 이제 저는 그 흔적을 지우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젖은 신문으로 불리곤 했었는데, 사실 무의미했습니다. 다년간의 손세차 끝에 차에 묻은 가미가제의 흔적들을 지우는 방법을 알아냈는데요.
그 비법을 이제 공개해보고자합니다. 젖은 신문지로 불리고 하는 것들 다 개뻘짓입니다. 사실 안그래도 잘 닦이거든요. 사람들이 세차할때 착각하는 것이 카샴푸를 푼 물로 모든 것을 지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흔히 거품은 스펀지 수세미로 내는데요. 벌레는 수세미로 잘 안 닦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벌레는 수세미로 안 닦입니다. 그럼 뭘로 닦느냐? 바로 마른 수건입니다. 마른 것들이 의외로 힘을 발휘하는 때가 있는데요. 마른 장작이 그러하고, 마른 수건 또한 그러합니다.
무슨 말이냐? 세차는 먼지와 유막을 닦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샴푸로 딱고, 물로 헹구고, 헹군 물을 딱아내고, 왁스를 칠하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바로 헹군 물을 닦아낼때 마른 수건으로 조금 힘을 주어 문지르면 됩니다. 참 쉽죠. 그러면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故벌레님들도 이승에 미련을 버리고 유리창에 부딪히는 첫눈처럼 훌훌 떨어져 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수 세차를 하다보면 맘에 걸리는 것이 한두개가 아닙니다. 벌레도 그러하고, 표면에 생긴 미세한 녹들도 그러하죠. 그뿐만 아닙니다.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세차의 최대 적은 아스팔트도 아니고 이승을 떠난 벌레들도 아닌 바로 빌어먹을 나무 수액들 입니다. 진이 떨어지는 소나무 밑에 차를 대는 것은 당분간 세차를 포기하는 행위와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천재적인 선조들을 갈아넣어 이룩한 위대한 문명을 지니고 있고, 그 결과로 굉장히 효율적으로 세차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해 첫 손세차를 하고 빡이 쳐서 산 저의 뉴 장비들입니다.
이것은 스티커와 타르를 한꺼번에 제거해주는 타르제거제입니다.
이것은 망할 철분새끼들을 제거해주는 철분 제거제입니다.
세차할때는 사용하는 샴푸입니다. 독일어에서 차는 여성명사인데 여성답게 좋은 샴푸를 사용해줘야합니다.
이것은 고충(故蟲)의 명복을 빌어주는 세제로 이승의 미련을 남김없이 떨쳐버릴 수 있는 마법의 위령(세)제입니다.
이것은 바로 침흘리는 소나무 밑에 주차했을 때, 흔적을 지워주는 수액제거제입니다.
와이퍼가 어깨 빠져라 움직여도 지워지지 않는 유리창의 얼룩을 지워주는 유막 제거제입니다.
살신성인 삼형제입니다. 처음에는 이처럼 깨끗한 자태를 보였으나 세차를 거듭할 수록 때에 찌드는 수세미 3종 세트입니다. 좌측의 퍼런놈은 벌레를 닦는 벌레 전용 수세미입니다. 중간의 뻘건놈은 곧 있으면 개기름이 좔좔 흐르게 될 왁스 전용 스펀지이구요. 젤 오른쪽 놈은 그냥 거품내는 쓰뻔지입니다. 젤 하는 것 없지만 보편적인 놈이죠.
아래 쪽에 있는 것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긴 하지만 있으면 월등히 편리한 워터블레이드입니다. 물 제거해주는 장비인데 마른 수건을 열심히 짜면서 해도 되지만 유리창의 물기는 요놈이 제대로 제거합니다.
이건 마른 수건입니다. 극세사가 좋습니다. 왜냐면 부드러우니까요.
다 디졌다 차에 붙은 오물 새끼들... 문명의 위대함을 보여주겠다. 시빌리제이션 블레스 유
아직 사용은 안했습니다. 사용 후에 자세한 후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혹시나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광고는 아닙니다. 이런 남루한 블로그에 까지 찾아와서 광고를 부탁하는 광고주는 없습니다. 그냥 세차하다 빡쳐서 이성을 상실한 채 질렀을 뿐입니다. 저도 왜 블로그에 이짓을 하나 싶습니다. 이걸 샀던 오픈 마켓에 이렇게 썻으면 포인트라도 한푼 더 받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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