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작은 돼지 국밥집, 오시드래요
얼마전 춘천에 있는 돼지국밥집을 다녀왔습니다. 춘천에서 돼지국밥이라니 굉장히 생소하긴 합니다. 돼지국밥의 원조는 부산 아니었던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천에서 맛본 돼지국밥이 꽤 맛있어서 포스팅합니다. 강원대학교 정문에 있는 오시드래요입니다. 8시가 넘은 시간에 갔는데 아직도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영업시간을 보니 저녁 9시 까지였습니다.
돼지국밥을 팔면서 이름은 강원도 사투리로 ‘오라’의 존대격인 ‘오시드래요’를 쓰고 있습니다. 그만큼 부산에서 먹던 돼지국밥과는 차별화된 강원도 춘천에서 맛볼 수 있는 돼지국밥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식당은 아담합니다. 전부 다해서 20개가 안되는 좌석이 있고 대부분은 일자형태로 있습니다. 저는 혼자 밥을 잘 먹기 때문에 귀퉁이에 앉아서 돼지국밥을 주문했습니다.
일단 물티슈와 수저, 주전자를 줍니다. 주전자를 주시길래 안에 육수라도 들었나 기대하며 컵에 따라봤지만 나오는 것은 물이었습니다. 물병 대용으로 주전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작은 식당과 소박한 인테리어, 그리고 소품까지 주인장이 신경쓴게 느껴집니다. 메뉴는 두가지입니다. 돼지국밥, 그리고 돼지덮밥. 돼지국밥은 8천원이고 돼지덮밥은 8,900원입니다. 이번에는 돼지국밥을 시켰지만 다음에는 돼지덮밥을 먹어봐야겠습니다. 돼지국밥이 나왔습니다. 왼쪽부터 고기를 찍어먹는 소스, 다진마늘, 다대기, 그리고 오복채 같은 무 절임과 깍두기입니다. 그리고 아래쪽에 메인 요리인 돼지국밥입니다.
돼지국밥을 먹으려면 일단 깍두기의 맛을 봐야합니다. 돼지국밥에게는 돼지고기 기름의 느끼한 맛과 고기의 담백한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아삭한 깍두기가 필요하죠. 깍뚜기의 외관만 봐도 합격입니다. 맛도 단짠하면서 시원한 맛이 돼지국밥과 잘 어울렸습니다.
여기는 요리를 커스터마이징해야합니다. 다진마늘과 양념장, 그리고 소금과 후추로 자기의 취향을 찾아갑니다. 저는 일단 다데기를 반을 넣고 다진 마늘을 반 넣어봤는데 딱 좋은 맛이었습니다. 나중에는 다데기와 다진 마늘을 조금씩 더 넣어가면서 맛을 조절했는데 결국 다데기와 다진마늘을 다 써버렸습니다. 역시 한국인은 단군의 후예답게 마늘만 보면 사족을 못쓰고 먹어버립니다.
고기는 주인장께서 주신 간장소스에 찍어 먹어봅니다. 달짝지근하면서 짭쪼롬한게 고기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고기의 양도 푸짐해서 몇번이고 찍어 먹었습니다. 나중에는 그냥 간장 소스를 들고 마시고 싶었는데 저도 체면이라는게 있는지라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소금도 아기자기한 수저로 떠서 반스푼 넣어봅니다. 간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약간 부족한 느낌입니다. 깍두기 국물을 넣어 드시는 고수분들도 있찌만 저는 아기자기한 돌하루방이 쓸거같은 작은 숫가락으로 소금을 살짝 퍼서 넣었습니다.
다시 한 번 고기를 보시겠습니다. 고기는 부들부들합니다. 닭가슴살 처럼 담백하고 닭 다리처럼 연합니다. 어느 부위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다릿살을 쓰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쪽파도 두둑하게 들어있어 좌 고기 우 쪽파로 배열을 해놓았습니다. 좌파는 고기부터 먹고 우파는 쪽파부터 드시면 됩니다.
대략 커스터마이징을 끝내고 나니 붉으스름한 국물이 되었습니다. 전형적인 말아국밥형태로 밥이 말아져서 나옵니다. 저는 말아국밥을 좋아합니다. 밥알알에 국물이 적절하게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너무 오래 두면 밥알이 불어버릴 수 있으니 빨리 먹어야합니다.
오시드래요는 1인가게인 듯 싶습니다. 명탐정 코난에는 주로 범인으로 나올 것 같은 느낌의 옷을 입은 사장님이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요리를 해주십니다. 냉장고에 소주가 있는 걸 지금 글을 쓰면서 봤네요. 미리 봤으면 소주라도 한잔 같이 먹을 것을 그랬습니다. 대충 찍힌 사진의 모습에서 느껴지지만 저는 부끄럼이 많아서 사진을 후다닥 찍기 때문에 주변머리가 없습니다.
춘천에서 돼지국밥을 먹는 것은 그리 자연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사실 부산을 빼고 그 어디서 돼지국밥을 먹는 것은 다 자연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마치 진짜를 그리워하며 가짜를 추구하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여기는 진짜입니다. 강원도에서 파는 돼지국밥이 얼마전 부산에서 먹은 돼지국밥보다 맛있었습니다. 이러면 부산 분들은 ‘니가 진짜 맛있는 돼지국밥을 못 먹어 봐서 그렇다’고 하실테지만, 저는 진짜 맛있는 돼지국밥을 먹어봤습니다. 바로 여기 춘천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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