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항해의 시작
나에게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보물섬을 찾아 여행하는 해적선과 같다. 책 속에 숨겨져 있는 진귀한 사실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일은 언제나 흥미롭다. 책의 종류는 어느 것이나 상관이 없고,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내용은 책의 주제와 전혀 상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게 바로 독서의 재미가 아닌가 싶다. 여러가지 책을 읽다보면 미처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사실에 대한 설명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측면으로 생각하면서 사고의 힘을 기를 수 있다. 물론 아직 나는 충분한 독서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순 없지만 책을 읽는 것은 이런 점에서 항상 흥미롭다. 톰소여나 허클베리핀만 모험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는 나도 함께 모험을 하고 있다. 이런 모험심은 단순히 모험에 대한 책을 읽을 때만 아니라 독서를 할때 항상 느끼는 것이다.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은 정말 우연히 구하게 되었다. 얼마 전, 시카고라는 뮤지컬을 보았다. 시카고 뮤지컬은 흥미로운 행사를 했는데 바로 세이브더 칠드런 모자를 떠오면 몇프로 정도 할인을 해주었던 것이었다. 내 색시가 모자를 뜨기로 했으나 주중을 너무 바쁘고 신나게 보낸지라 모자를 다 뜨지 못하여 아침 일찍 신도림 디큐브센터에 도착하여 카페에서 모자를 뜨고 있었다. 할일이 없어진 나는 디큐브 센터 지하에 있는 교보문고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점을 떠다니는 구름처러 돌아다니며 이책 저책 기웃거리고 있을때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글쓰기 대해서 어느 정도 욕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들쳐본 책인데 그 속에는 풍부한 표현과 논리적인 글을 쓰기 위한 추천 도서 몇 권이 있었다.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은 뭔가 목적성이 강해 보였기 때문에 나중에 글을 쓸일이 있으면 사기로 하고 그 속에 있는 추천 도서를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칼세이건의 코스모스는 흥미로운 내용일 것 같았으나 너무 두껍워 단순히 시간을 떼우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재꼈고,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은 종교적인 내용이 짙을 것 같기에 일단 재꼈다.(하지만 다음에 읽을 책은 너로 정했다.) 그 외에도 다분히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책들도 지금 읽기에는 적당하지 않을 것 같아서 다 넘겼다. 단순히 소설책을 하나 구매해서 읽을 수도 있었지만, 요즘들어 이상하게 넘쳐흐르는 지적호기심을 달래기에 소설책은 너무 흥미 위주였다.
결국 고른 책이 바로 이 "이기적인 유전자"이다. 제목에서 부터 확 끌렸다. 이기적이라니.. 나는 너무 이타적으로 살고 있는데 나도 정말 이기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기적으로 살 수 있을까? 이기적으로 다른 사람의 제안을 거부하고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도록 시키고 그렇게 주변을 변화시키면서 나도 편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좀 더 이기적으로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고른 동기는 순전히 이기적인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전혀 이기적이지 않자나
책을 보면 작가가 쓴 서문부터 읽기 시작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여기에 대놓고 이 책은 이기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이타성의 중요함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첫장을 펴면서 부터 망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싶어서 고른 책인데 이타적 삶을 강조하다니, 더군다나 나는 지금도 충분히 이타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소 실망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느낀 건, 역시 사람은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처드도킨스가 말했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살아남아 자기를 복제하면서 후대에 전해진다고. 그렇다면 나도 좀 더 이기적으로 살아 후대에 나의 유전자를 전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좀 더 생각해보니 내가 이기적이라는 것은 개체로서의 이기심이다. 유전자는 이기적으로 나를 이타적인 사람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왜냐면 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협력하면서 넓은 인관관계와 협동심을 가지고 일을 헤쳐 나가는 것이 어쩌면 개체의 생존에 더 유리할 수도 있고 그럼 지가 더 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유전자는 충분히 이기적이다. 아주 개새끼다. 나를 이렇게 이타적으로 만들다니...
사회적 폭력성과 유전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을 수 있는 교훈도 있고 생각해 볼 사실도 있었다. 유전적 근연도와 관련해서 요즘들어 일어나는 반인륜적 범죄나 사회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전통적인 부족사회는 혈연을 중심으로 이루어 진 사회였다. 자연히 주변의 누군가에게는 나의 몸속에 들어있는 유전자와 어느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 점 때문에 서로 협력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이동도 빈번해졌다. 당장 옆집에 있는 사람은 나와 생면부지 남일 것이고 그 사람의 삶이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다. 예전과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잣대는 예전을 그리워하고 있다. 응답하라 1988만 봐도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추억을 되새기고 있다. 시골과 옛날의 어느 정도 유전적인 유사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조직이다. 그리고 그 조직들 속에서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협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도시의 성냥곽속에서 그런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 정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나만 살면 되기 때문이다. 옆사람이 무엇을 하던 내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고 그 사람과 이익을 도모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성가시면 죽여버릴 수도 있고 나의 쾌락을 위해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리처드도킨스는 이런 식의 설명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책의 내용이 부도덕에 대한 변명이나 설명이 아니라 단순히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못밖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해석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좀 더 정치적인 사람이 되자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에서는 확장된 표현형의 정의를 통해서 왜 사람이 좀 더 정치적이 되어야하는 지에 대해서도 말해주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좀 더 정치적이 되어야하고 그 핑계를 바로 이 책을 통해서 얻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개체의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는 행동을 담당하는 개체의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존재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다른 개체를 조종하는 유전자가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나비의 유충은 개미굴에서 생활한다. 단순히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쳐 개미로 하여금 자신을 보호하도록 하고, 그것을 넘어서 주변에 접근하는 동족 개미를 물어 죽이게끔한다. 어떻게 보면 끔찍한 예시지만 좀 더 정치적인 사람이 되어야할 이유다. 다른 예를 들자면(이번에도 개미다.) 어떤 개미의 경우는 여왕개미가 홀로 다른 개미의 집단에 침투한다. 그 이후 그 곳에 있는 자신의 턱을 이용하여 그곳의 주인의 머리를 서서히 분리시킨다. 그리고 그 조직을 완전히 점령하는 것이다. 그 이후에 새로운 여왕개미를 생산하고 복제된 유전자인 다른 여왕개미는 또 다른 희생자 집단을 찾아 들어간다. 좀 더 심한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침략자 여왕개미가 자기의 턱으로 목을 자를 수고도 하지 않고 다른 개미들을 조종하며 자신의 머리의 목을 따게 한다. 이것도 너무 극단적인 예시지만 여기서 얻고자하는 내용은 이런 잔인함이 아니다. 정치적 행위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면서 환경을 바꾸면 자신의 생존률을 높일 수 있다.
이 책에서 이런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정말 이상하기 짝이 없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보다 주변에 너무 심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나만 잘살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주변에 무심했고 그 사람들의 변화에 대해 무감각했다. 정치에 대해서 관심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건 내생각일 뿐 다른 사람의 생각은 존중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전자의 이기적인 행동, 그리고 확장된 표현형의 정의에 대해 생각하면서 정치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정치는 단순히 타인의 행동을 바꾸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위에서 언급한 잔인한 여왕개미와 다른 점은 정치는 내가 믿는 공동의 선을 위해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왕개미처럼 행동하는 것이 정치라는 탈을 쓰고 있다.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진 여왕개미가 행동하는 것과 같다. 순전히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어리숙한 주변 개체들을 쇄뇌시키고 심지어 자신의 어미를 죽이라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일개미나 병정개미들이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야한다. 그리고 이렇게 일개미들을 깨우는 일이 정치다. 공동의 선과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행동과 생각을 다른 사람이 느낄 수 있고 변화하도록 설득해야한다. 이기적인 정치가 판치고 있는 지금 가만히 있는 다는 것은 그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면서 패매를 자인하는 꼴이다. 내 턱을 만들어준 어미를 그 턱으로 잘라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어렵게 투쟁해서 투표권을 되찾아 오니까 그 그 소중한 한 표를 노태우에게...)
마무리하며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으면서 사실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 부분을 두번 세번 읽으면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도 했을 정도로 사실 집중이 안되었다. 그리고 위에서 내가 해석한 것은 순전히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투영한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뒷쪽이 엄청난 분량의 보주를 달아 놓았다. 책이 워낙 예전에 나와 추가적으로 설명을 하려는 것도 있지만 내가 이렇게 해석한 것이 바르지 않다는 것을 꼬집기 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아직 그 보주를 전부 읽지는 못했다. 천천히 읽어가겠지만 어쨌든 책의 반은 지은이가 쓴것이라면 나머지 반은 해석하는 독자의 몫이다. 이렇게 이기적인 해석을 한 것은 어쩌면 책 제목이 이기적인 유전자였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에 리처드도킨스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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