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동안 변함이 없는 젊음의 고뇌<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스마트폰과 SNS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많은 사람과 쉽게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문장은 점점 짧아지고 자기의 진솔한 속내를 내비치기는 어려워졌다. 이런 현실에서 베르테르와 나눈 대화은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30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전해온 82통의 편지를 읽다보니, 지금이라도 당장 발하임으로 달려가면 베르테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휩싸였다. 베르테르의 생각, 그리고 당시의 사상과 생활상에 대해서 생생한 체험을 하였고, 그것을 통해서 열정과 삶에 대해서 베르테르와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5월의 봄에서부터 12월의 겨울까지 받아보았던 베르테르의 편지는 계절적인 요소와 함께 하였기 때문에 더 분명한 이미지로 느낄 수 있다. 생명이 넘치는 5월의 봄날처럼 로테와 행복했던 시절은 열정적인 여름에 앓기 시작하며, 가을이 되면서 성숙해진다. 하지만 그럴수록 뚜렷해지는 로테에 대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황량한 겨울이 되어 스러져간다. 이 과정을 로테와 베르테르의 단순한 연애담으로 읽으면 베르테르는 찌질하기 그지없다. 이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베르테르의 고뇌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발휘된다.
초반에는 베르테르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내려간 발하임에서 만난 사람, 그리고 생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표현해주고, 자신의 생각을 더한다. 그렇지만 베르테르도 느꼈다시피 세상은 떠나려고 한다고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6월 25일 보내온 편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저곳이라는 이상이 이곳의 현실이 되어버리는 순간, 모든 것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만다네’
발하임을 관조하던 베르테르의 태도는 로테와 만남을 통해 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베르테르의 내면과 세상의 갈등이 시작된다. 가슴 속에 가지고 있는 뜨거운 불덩이를 설명하고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이지만, 그럴수록 더 뚜렷해지는 로테의 존재감 앞에서 베르테르는 무력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정해진 제도와 세상의 시선 앞에서 베르테르와 로테는 정해진 길을 갈 수밖에 없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발하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고 터져버린 베르테르의 감정은 더 이상 세상과 타협하는 것을 그만두게 된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만 그것을 채우고 난 뒤에 다시 찾아오는 끊임없는 결핍이 있다. 욕망은 결핍을 만들어냈고 결핍을 채우지 못한 베르테르는 남은 사람들의 행복과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을 해소하기위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 그 모습은 세상에 대한 패배나 회피라기보다 본질을 이해하고 난 뒤 일어나는 정면 충동이었다. 피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처지를 이해하고 고뇌하는 베르테르의 모습을 곁에서 보면 안쓰럽다. 그가 한 깊은 고민의 과정을 알기 때문에 도와줄 수도 없고 베르테르의 극단적인 결정을 막을 수도 없다. 오히려 그를 이해하고 위로해 주는 수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젊은 베르테르가 우리에게 주는 슬픔이다.
누구나 알지만 그동안 막상 읽어보지는 못했던 소설, <젋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왜 많은 화제를 낳았고 아직까지도 고전 명작으로 남아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시에는 나폴레옹조차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항상 가지고 다녔으며, 청년들이 베르테르의 옷차림, 말투와 행동을 따라 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2000여명의 청년들이 베르테르를 따라 자살을 하였겠는가. 삼백년 전의 베르테르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고뇌의 흔적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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