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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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바로 한글이다. 한글을 배울 때 ‘나’, ‘너’, ‘우리’, ‘이웃’, ‘대한민국’과 같은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단어부터 배우고 시작한다.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나의 소속과 정체성에 관한 단어들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나아가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본을 다지는 것이다. 그 만큼 정체성과 사람 간의 관계는 삶을 살아감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우리들은 인문학의 정신을 교육받아 온 것이다.
철학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문학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학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지만 인문학은 위기를 맞을지언정 사라질 수 는 없는 태생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인간에 초점을 맞춘 학문이기 때문이다. 좁게는 나, 너부터 넓게는 우리, 국가라는 모든 개념에 걸쳐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모든 측면을 면밀히 살펴보고 분석한다. 주변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 중에 이런 말들이 있다. ‘이 일을 함에 있어 네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 뭐냐?’, ‘철학도 없는 놈’ 이같은 말이 나오게 되는 이유는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나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이미 지니고 있는 가치관, 습관, 상식과 같은 것 역시 철학이라는 범주 안에서 모두 설명할 수 있다. 그만큼 철학은 인간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 사람들은 철학이라는 권위에 쉽게 주눅이 들고 어렵고 추상적인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온 철학사에서 우리는 여러 위대한 철학자를 접할 수 있다. 한번 쯤은 들어보았음직한 이름들이 꽤 많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주장을 하였는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 지 정확히 알고 있기는 힘들다. 강신주 선생님은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을 통해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철학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상으로 끌고 나왔다. 이 책은 읽는다는 생각보다 산책한다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다. 책이라는 숲 속을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고 있으면 48명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나무와 꽃, 나비처럼 독자의 주변을 맴돈다. 우리는 그저 그 속을 거닐다가 예쁜 꽃을 발견하면 잠시 쪼그려 앉아 구경을 하고, 오래된 고목이 보이면 고개를 들어 웅장한 자태를 쳐다보고, 나비가 날아다니면 잡으러 쫓아다니기만 하면된다. 철학에 대해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고 외우고 암기할 필요는 더욱 없다.
책 속의 이야기는 잃어버린 나를 찾는 것에서부터 너와 나의 사이, 그리고 나, 너, 우리를 위한 이야기로 확장되어 간다. 그 이야기는 서양철학뿐만 아니라 동양철학까지 모두 다루고 있다. 깊지는 않지만 많은 이야기들을 다루면서 다양한 시각들을 옅볼 수 있다. 쉽게 공감이 되는 이야기부터 읽고 나서 잠시 동안 생각해 볼만한 주제도 있다. 누구의 이야기가 옳고 그르다는 것도 중요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책속에 나오는 위대한 철학자들이 각자 자신들의 철학을 가지고 인생을 살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위대한 철학자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만의 철학을 정립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점점 초라해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들추어내기 힘들었던 나의 내면을 직관하면서 더욱 단련시키는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인 ‘나’, ‘너’, ‘우리’는 우리가 초등학교 때 한글을 배우면서 배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20년 동안 같은 것만 배우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나’, ‘너’, ‘우리’의 관계와 정체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깨닫는 시간이 그동안 부족했다. 48명의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다 들었다면 이제는 나에게 질문을 할 차례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철학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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