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의 대절벽(해리 덴트 지음, 안종희 옮김)
요새 교육을 다니느냐 시간이 좀 생겨서 책을 여러권 챙겨 보았습니다. 그 중에는 해리 덴트가 쓴 <부의 대절벽>이라는 책도 있었는데 오늘은 이책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보고자합니다. 사실 저는 세계 경제와 우리나가 어느 정도 호황의 끝에 있다는 의견은 동의하는 바이기에 이 책을 책꽂이에서 꺼냈습니다. 그런데 부의 대절벽, 불황을 이야기 하는 책을 보면서 신뢰가 안가기는 처음이었습니다. 뭔가 의심스럽고 못믿을 것 같은 책, 그리고 그냥 불황이 오기를 기다리는 장사치가 쓴 책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풍겨나옵니다.
사실 불황을 바라면서 연구를 하고 책을 쓰는 학자는 많지 않습니다. 만약 불황이 확실하다고 생각해도 그 불황을 막을 방법이나 대책을 연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해리 덴트는 그런 생각 자체가 잘 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모든 경기부양책은 결국 버블을 키우고 종국에는 버블이 터지면서 불경기가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결론입니다.
불황을 말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하는가? 해리 덴트는 우리를 엄청난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여러가지 투자방법을 설명하기는 했습니다. 해리 덴트가 말하는 책을 쓴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사람들은 약간의 보상보다는 삶을 확 바꿀 수 있는 일확천금을 바라기 때문에 버블이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인생은 순환적이고 도전적이다. 역경없는 인생을 살기 원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 나는 당신이 이 책을 통해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다시 등장할 버블의 희생자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다.
뭔가 멋있는 말입니다. 그의 순수한 의도를 믿어주고 싶습니다만, 저는 공포를 팔아 장사를 하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공포는 무서워하는 사람만 무서워합니다. 예를 들자면 보험이 있는데요. 부자들이 보험을 들을까요? 부자들은 보험을 들지 않습니다. 든다고 하더라도 증여세나 상속세, 소득세 등을 줄이기 위한 장기 상품을 주로 듭니다. 그들에게 보험은 절세의 수단이지 위험을 헷지해서 공포에서 벗어나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포를 팔아 영업하려는 자는 보통 부자들보다는 서민 혹은 그 아래 계층에게 호소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를 파는 사람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꼼꼼히 파헤쳐보아야합니다.
물론 저는 헤리 덴트의 선량한 의도를 믿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름 도표를 체계적으로 제시하며 그 근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다만, 좀 맘에 안드는 논리가 있기도 했는데 <버블은 반드시 정점을 맞이한다>라는 장에서 버블과 오르가즘을 비교하는 부분입니다. 버블이랑 오르가즘이랑 뭔 상관인가? 헤리 덴트는 이것을 버블도 자연스러운 자연의 순환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한 것 같은데 너무 나간게 아닌가 싶습니다.
너무 나간 부분은 한두 부분이 아닙니다.
62P 안타깝게도 주류 경제학자와 중앙은행 책임자들은 그다지 상식적인 것 처럼 보이지 않는다.
113P 이런 환경에서 당신의 유일한 희망은 이미 검증된 전략을 따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자전문가로 구성된 덴트리서치 팀이 수년간의 조사와 수십년간의 백테스트를 통해 개발한 몇가지 전략을 이용하는 것이다. 해리덴트닷컴에서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133P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나의 심층연구보고서 <지출 주기: 향후 20년 동안 시장행태를 예측하는 과학적인 열쇠>를 구입하기 바란다.
328P 그래서 나는 존 델 벨치오의 포렌식 인베트스(덴트리서치연구소에서 개발한 투자 도구 중 하나로 6가지 요소를 활용해 주식을 평가하는 방법)와 같이 입증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공매도를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이것 말고도 이런 부문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만든 연구소 해리 덴트 연구소 메일링 서비스를 구독하라고 한다거나 기존의 경제학자들은 다 개 똥멍청이들이니까 내말을 듣는게 좋을 거라는 뉘앙스의 말을 쉬지 않고 꺼냅니다. 마치 400쪽 짜리 해리덴트리서치 홍보책자 같습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서 앞서 해리 덴트가 쓴 말을 믿어야 하는지 의심이 갑니다.
저도 물론 순환주기설을 주시하고 있고 곧 불황이 올 지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이건 아닙니다. 이 책은 불황을 무기로 공포를 팔고 있습니다.
"곧 대공황이 오니까 대비 해야해. 그것을 위해서 내가 이것도 말하고 이것도 말하고 있거든 이건 여기서 살 수 있으니까 꼭 사서 보도록 하고 우리 연구소에 더 많은 정보와 리서치 툴이 있으니까 그것도 돈내고 꼭 써봐! 다 너를 위해서야!" 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으니까 일단 소개는 하려고합니다.
해리 덴트는 여러 이유를 대면서 버블이 온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버블이 터지는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어야할까요?
1. 정부보증 상품(예를 들면 국채)를 이용하라
2. 트리플 A등급 채권을 고려하라
3. 당분간 정크본드는 피해야한다
4. 수요가 매력적이어도 속아서는 안된다(주식 관련)
5. 부동산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부동산도 사지마라)
따라서 버블을 대비해서 현금, 미국 재무부 증권, 높은 등급의 양도성 예금증서, 높은등급의 장기 국채(미국국채), AAA등급의 회사채를 구비해야하며, 인프라 관련 주식, 정크본드, 주식, 부동산, 금, 은, 상품은 피해야 한다고 써놨습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다소 길게 써놓은 것 같지만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도이치뱅크와 이탈리아 은행 등 유럽의 주요 은행에 대한 위기와 중국의 버블에 대해서는 굉장히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보아도 중국은 뭔가 아슬아슬함이 있어보입니다.
또한, 책의 처음에 서술하는 베이비 붐 세대의 소비 패턴과 경기 순환을 보면서 저는 혹했었습니다. 많은 인구가 소비를 하면 그만큼 경기가 활성화 되고, 베이비 붐이 지나가고 나면 경기가 어쩔 수 없는 힘에 의해 침체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전후 베이비 붐이 있었던 만큼 그들이 살았던 호황은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씁쓸함이 있었습니다. 이제 호황은 끝나고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예측들이 보이기도 하는데요.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선진국들도 대부분 일본처럼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 그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일본은 갈라파고스적으로 특이한 부동산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의 의견에 저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특히 도시화와 함께 도심지로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기 때문에 도심지 부동산의 가치는 제가 살아있는 한 떨어지기 힘들 것 같다는 것이 저의 결론입니다. 이쯤에서 홍춘욱 이코노미스트의 책한권 추천 드립니다.
2019/10/31 - [Culture/Impression of books] -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홍춘욱)
또한, 중국이 버블로 터지고 난 후, 중국을 대체할 만한 국가로 인도를 꼽았습니다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10년 전 BRICS는 아직도 브릭스입니다. 10년 째 개발 도상국은 여전히 개발 도상국입니다. 물론 급격한 사회 변화와 더불어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기도 하지만, 문화적 다양성을 보았을 때, 폭발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인도는 아직 이르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IT 인재들이 다 외국에 있는 것만 보아도 그 나라의 인재 유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아직도 신분제를 가지고 있는 후진적 환경과 불안한 치안 등 해결해 나갈 것 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혹평을 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쯤은 읽어서 나쁠 것이 없는 책입니다. 언젠가 불황은 반드시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대비하기 위한 자세를 키우기 위해서 접해볼 내용입니다. 하지만 2019년이 다 끝나가는 지금도 해리 덴트가 말한 불황은 오지 않고 있습니다. S&P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중입니다. 금본위제 폐지, 변동 환율제 도입 등으로 중앙은행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지난 불황의 학습효과로 불황에 대처하고 있는 각 국 정부를 보면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구 구조의 변화에서 촉발하는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한번 쯤 읽어도 나쁘지 않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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