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꿰뚫는 전쟁사도감 - 조지무쇼
반응형
인간의 갈등은 정치가 해결하고, 정치의 갈등은 전쟁이 해결한다.
세계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전쟁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없었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는 말이 있듯이 전쟁을 들여다 보면 거시적으로 그 시대의 갈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펴든 책이 바로 조지무쇼의 한눈에 꿰뚫는 전쟁사도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책일 읽어 내려가면서 약간 실망했습니다. 책의 두께에서 예감했지만 제가 특별히 알고 싶었던 전쟁과 전투는 나와있지 않았습니다. 사실 요새 상영중인 영화인 덩케르크 철수 작전도 내심 나와주길 기대했지만 세계2차 대전도 간단히 넘어갑니다. 또 일본의 입장에서 알고 싶었던 임진왜란도 수록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점은 해양국가와 대륙국가의 갈등이라는 설득력 없는 전쟁관으로 일관한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해양국가라고 자신들을 규정하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서는 해양국가는 대양을 호령하면서 호전적이고 확장적인 정책을 펼치는 모험적이고 정복성향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라고 나름 자기들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당대에 잘나가는 나라들을 전부 해양국가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를 무리하게 규정하다 심각한 자기 모순에 빠지기도 합니다. 16세기 말 1571년 레판토 해전에서 오스만 제국을 털어먹던 스페인의 돈 후안 함대는 대표적인 해양세력으로 나옵니다. 대서양과 인도양 등 대해에 익숙해있었기 때문이죠. 근데 문제는 이 대단한 해양세력이 17년 뒤엔 1588년 아르마다 해전에서 영국에게 털릴때는 대륙국가로 변합니다. 그래놓고 1차 미국의 독립전쟁과 1차 세계대전에서는 그 광활한 대륙을 가지고 있는 미국조차 해양국가가 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습니다만 해양국가와 대륙국가라는 이분법은 일본사람들의 뇌내망상에서 그치는게 좋을 듯합니다. 대륙진출이나 해양진출, 또는 재해권 장악이나 대륙의 교두보 확보라는 측면에서 유연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일본인이 쓴 책이다 보니 이런 아쉬운 점은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전투들은 알기쉽고 충실하게 써 놓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기 편한 점은 지도가 바로 곁에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더 쉽다는 점입니다. 경술국치라던지 러일전쟁부분을 읽을 때는 일본의 입장에서 서술을 하였기에 역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투인 포에니 전쟁부터 시작합니다. 카르타고와 로마가 시칠리아섬에서 기원전 3세기 경(264년)에 맞붙는 1차 포에니 전쟁은 로마가 배에서 활용하는 신병기 코르부스를 만들어 선전하며 카르타고를 무찌릅니다. 2차 포에니 전쟁은 그 유명한 한니발장군이 나옵니다. 한니발 장군의 풀네임은 한니발 바르카입니다. 바로셀로나가 바로 이 바르카 집안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도시라고 전해집니다. 아무튼 한니발은 기원전 3세기 말인 218년 2차 포에니 전쟁을 일으켜 로마 본토를 거의 탈탈 털어먹습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경계인 피레네 산맥만 넘어도 또라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텐데 알프스 산맥까지 넘어 로마를 탈탈 텁니다. 당시 알프스 산맥은 군대를 이끌고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맥으로 알려져 있던터라 로마의 방비가 허술하였던 점을 노렸습니다. 로마 본토로 진격한 후 그 유명한 칸나에 전투로 로망을 존망의 기로에 까지 밀어 넣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타고 본토에서 지원이 없어 2차 포에니 전쟁 역시 기원전 202년에 결국 로마의 승리로 끝이 나죠. 2차 포에니 전쟁을 승리로 이끈 로마는 카르타고에게 무기를 다 내놓을 것과 50년간 배상금을 지불하고 허가없이 교전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야비하게 카르타고 옆동네인 누미디아를 통해 카르타고를 살살 긁죠. 로마의 허락없이 교전을 할 수 없던 카르타고가 참다참다 터뜨린게 기원전 149년 3차 포에니 전쟁입니다. 로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카르타고를 점령하고 기원전 146년 드디어 카르타고를 멸망시키기에 이릅니다. 수도인 카르타고를 점령한 후 카르타고의 재기를 막기위해 카르타고인을 전 세계에 분산시키고 농토에는 소금을 뿌려 다시는 농사를 지을 수 없게 황폐화 시켰다고 전해집니다.
두번째로 나오는 전쟁은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입니다.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침공하는 그리스 페르시아 전쟁을 건너뛰었다는 점이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분량이 적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원전 331년에 일어났던 가우가멜라 전투와 함께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기원전 356년 부터 323년까지 34년을 불같이 살다 죽은 알렌산드로스는 전쟁의 신이었습니다. 실제로 자신이 신인 것처럼 행세하고 그것을 믿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죠.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를 스승으로 두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사실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지방은 그리스 시절에 완전 촌동네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페르시아 전쟁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맛이 간 그리스를 대신하여 필리포스 2세 때 펠로폰네소스반도의 맹자로 떠오릅니다. 그리고나서 그의 아들 알렉산드로스가 그리스 연합군을 만들어 기원전 334년에 동방원정을 떠나죠. 그 이후 수적인 열세에서도 이소스 전투와 가우가멜라 전투를 를 하면서 페르시아를 탈탈 털게 되고 기원전 330년 수도 페르세폴리스를 점령하면서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하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렌산드로스는 "더 동쪽으로!"를 부르짖으며 인도까지 진격합니다. 정복왕이었던 알렉산드로스가 인도를 넘어 진격하고 싶어하지만 향수병에 시달리는 수하들이 만류하여 다시 돌아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칠 알렉산드로스가 아니죠. 이제 아라비아 반도를 털러가자며 남하 준비를 하던 도중, 기원전 323년에 하늘나라로 가버립니다. 그리스 문화와 오리엔트 문화가 융합하여 헬레니즘문화가 꽃피게 된다는 점에서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은 세계사에 커다란 영향을 줍니다.
세번째로 나오는 전쟁이야기는 중국의 전국시대입니다. 진나라가 221년 중국의 전국시대를 끝내고 진나라를 세워 진시황제가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인 춘추시대가 나오지 않은 점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진(친)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 이야기가 지도와 함께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현재 중국을 가르키는 말인 차이나 역시 바로 이 진나라에서 나온 것이죠. 진 시황제가 가장 서쪽이 위치한 진나라가 중국의 옛 진(찐)나라가 갈라진 한,조,위 등의 중앙쪽 나라와 고조선쪽 연나라, 그 아래 강태공이 세운 세력으로 알려진 제나라, 그 밑의 촌동네 초나라 등 전국 칠웅 를 물리치고 221년 나라를 통일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세운 진나라는 이세황제를 넘기지 못하고 항우와 유방의 전투로 이어지게 되죠.
그 다음에는 다시 유럽으로 넘어갑니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서유럽의 투르 푸아티에 전투(732년)로 넘어갑니다. 5세기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세워진 프랑크 왕국이 이베리아 반도에서 치고 올라오는 이슬람 세력을 견재하기 위하여 프랑크 영토의 투르 푸아티에 지역에서 맞닥들인 전투입니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같잖은 대륙국가와 해양국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당시 바다의 전부인 지중해 남쪽을 둥글게 다 먹으면서 서로 진출한 이슬람 국가가 어이없게도 대륙국가가 됩니다. 아무튼 투르 푸아티에 전투는 피레네 산맥을 넘어 북진하는 이슬람 세력을 프랑크의 카를 마르텔이 탈탈털어 먹는 전투입니다.
그 이후에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 몽골의 세계정복, 나폴레옹의 세계정복과 프랑스-프로이센 전투를 거쳐 미국의 독립전쟁, 남북전쟁, 그리고 아편전쟁, 청일전쟁, 러일전쟁, 세계 1차, 2차 대전의 전쟁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지네들의 일본의 장점인 해양국가가 몽골의 서방원정 쪽에서도 나오는데 이번에도 굉장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칭기스칸은 바다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맨날 내륙에서 죽어라 말타고 달리던, 해전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소질이 없었던 그 대 원나라 제국도 바로 해양국가로 만들어 버리는 일제 국뽕에서 두손 두발 다 들었습니다. 정주와 고정화가 아니라 이동과 유동성에 중점을 두는 게 해양국가의 성격이라는데 뭐라 할말이 없습니다.
러일전쟁을 설명할 때에는 꼴에 지네들 전쟁이라고 몽골 이후 역사상 두번째로 동양세력이 서양세력을 물리친 전쟁이라고 쓰는가 하면 저기 유럽에서 아프리카를 지나 겨우 도착한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대한해협에서 털어먹은 전투를 꽤나 대단한 전투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지들이 세계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을 병합하고 대륙과 해양 양쪽의 이권을 차지한 꽤나 대단한 나라가 되었다고 일단 자기네를 설명하는데 뭐.. 일단 일본애들이 전쟁사를 통사적으로 훑어 나가는 책이기 때문에 맘에 안들지만 이 부분은 그냥 지나가기로 하겠습니다.
제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바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었습니다.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870년에 일어난 전쟁으로 원래 독일 지역은 신성로마제국이 해체된 이래 작은 영방국가들이 모여있던 동네였습니다. 그 중 프로이센에 바로 "독일의 통일은 언론이나 다수결이 아닌 철과 피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한 비스마르크가 1862년 수상으로 취임하면서 프로이센은 독일 지방의 강력한 패자로 떠오릅니다. 1866년 프로이센은 오스트리아를 털어먹고 1870년 프랑스를 털어먹으면서 1871년 프로이센의 황제 빌헬름 1세가 베르사유 궁전에서 독일황제 즉위식을 거행하게 됩니다. 이렇게 독일은 통일하게 되고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도 바로 이 전쟁 때 넘어간 알자스-로렌 지방을 배경으로 쓰여지게 됩니다. 뿐만아니라 이때 전쟁이 무서워 바르셀로나로 도망간 아우구스트 퀴츠만 담은 바르셀로나에서 에스트렐라 담이라는 맥주를 만들기 시작하죠.
더 쓰고 싶은 말이 많지만 아무튼 약간 기분이 나쁘면서도 그동안 가지고 있던 전쟁사에 대한 지식을 조금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전쟁사를 공부하는 초기에 간단하게 비판적으로 참고하기에 괜찮은 책입니다.
|
반응형
'일상이야기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잔잔한 삶의 지혜 - 라틴어수업(한동일 지음, 흐름출판) (0) | 2018.01.04 |
---|---|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글쓰기가 최고다(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0) | 2017.11.27 |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0) | 2017.07.17 |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지침서_데미안 - 헤르만헤세 (0) | 2017.07.10 |
시골의사의 부자 경제학(박경철) (0) | 2016.02.17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잔잔한 삶의 지혜 - 라틴어수업(한동일 지음, 흐름출판)
잔잔한 삶의 지혜 - 라틴어수업(한동일 지음, 흐름출판)
2018.01.04 -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글쓰기가 최고다(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읽는 사람을 편하게 하는 글쓰기가 최고다(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2017.11.27 -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 헤르만 헤세
2017.07.17 -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지침서_데미안 - 헤르만헤세
방황하는 청춘을 위한 지침서_데미안 - 헤르만헤세
201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