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만 애정이 가는 시대극 "택시운전사" - 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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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본 영화는 문어머리님께서 제발 좀 봐달라고 홍보를 하고 계시는 바로 그 영화입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이 있는데 요새 뇌 속까지 저릿한 사람들이 몇몇 보입니다. 요새 법원에서 자기가 쓴 소설 책도 못팔게 하니까 재산이 28만원에도 도저히 늘어나지 않아서 먹을게 부족한가봅니다. 영양실조에 걸리셨는지 늙그막에 엉뚱한 소리를 하고 계시죠.
아무튼 영화를 본 감흥이 가시기 전에 빠르게 영화소개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화를 배경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많은 분들이 더 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영화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역사적인 배경과 느낀 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에서 빼어 놓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면 그것도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지금은 503호에 있는 파면된 전 공주 "근혜"의 애비가 나라를 어찌어찌 다스리던 시절의 마지박 부분 부터 이야기부터 시작을 하겠습니다. 근혜 애비가 나라를 독재로 다스리다 석유파동 등으로 나라 경제가 작살이 나고 있었습니다. 박정희의 인기는 점점 떨어져만 갔고 197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야권 세력이 여권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위기를 느낀 박정희는 국회에 대한 견제와 더불어 야권을 더욱 심하게 탄압하기 시작했죠. 1979년 10월 초에는 김영삼을 국회의원직에서 강제 제명하는 등 독재의 횡포가 점점 심해 가고 있었습니다.
부마항쟁과 10.26사태
박정희가 맛이 갈대로 갔다는 것을 깨달은 부산대 학생들이 1979년 10월 부산대에서 민주화 시위를 시작합니다. 이후 동아대가 가담하고 점차 군중들이 모이면서 대규모 민주화 항쟁으로 번지게 되죠. 맛이 갔는데 애들까지 빡치게 하니 근혜 아빠는 계엄령을 선포하여 걍 다 때려잡아들입니다. 이게 바로 부마항쟁입니다.
부마항쟁을 대충 몽둥이 찜질로 때려잡아 보니까 '어? 이거 좀 조용해지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항쟁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죠. 긴장감이 유지되던 상태에서 당시 경호실장이었던 차지철이 근혜애비한데 "캄보디아에서는 삼백만명 죽였는데 우리가 일이백 죽이는 게 별 대수입니까? 걍 싹다 조져 버리죠."하고 있었고 근혜 애비도 "그럴까?" 하고 있던 차에 긴장은 어이없이 풀려버립니다. 김재규가 '병신들아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해봐라' 하면서 1979년 10월 26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정희를 걍 죽여버리죠.
12.12 쿠데타와 서울역회군
그렇게 민주화가 되는 줄 알았지만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이 시국을 수습하는 척하면서 노태우랑 12월 12일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꿀꺽합니다. 그 여파로 풀릴 줄 알았던 정국이 더 꼬여 버리자 대학생들이 1980년 5월 14일 다시 서울역 앞으로 모입니다.
하루만에 굉장히 많은 군중이 모였습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중심이 된 집행부에서는 이만하면 우리의 실력을 보여줬고 해보니까 다음에 또 모을 수 있다는 소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대와 유혈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자진 해산하자며 5월 15일 아침에 해산 선언을합니다. 이게 바로 서울역 회군입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근데 전두환이 누굽니까? 눈이 씨뻘게 져서 주동자를 색출하는 등 시위 세력을 와해시키고 비상계엄령을 오히려 전국으로 확대하였습니다. 하지만 저기 남쪽에 떨어진 시골 도시 광주에서는 아직 전두환 무서운 줄 모르고 5월 18일 다시 모여 평화적으로 민주화시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5.18 광주민주화 운동이죠.
돌대로 돌아버린 돌대가리 전두환은 바로 몽둥이 찜질을 가하지만 그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점차 더 모여들게 되었습니다. 5월 20일 광주역 앞에서 공수부대의 발포 진압이 벌어졌고 21일 오후 1시 시민들을 향하여 조직적인 발포가 일어나면서 끔찍하게 시위를 진압하기 시작합니다. 시민을 향해 무자비한 발포를 하는 진압군을 보면서 시민들은 무장을 강화하기 시작하며 시민과 진압군이 대치하게됩니다. 마지막으로 5월 27일 시민군이 주둔해있는 도청을 포위한 진압군이 압도적인 화력으로 시민군을 작살내면서 민주화항쟁이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광주정신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은 민주화를 염원하는 시민들에게 광주에 대한 애정과 함께 씻을 수 없는 부채 의식을 가지게 한 사건입니다. 부마항쟁이나 5.15 서울역 회군에 함께 했던 수많은 운동권 학생과 시민들은 광주에서 벌어진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 것이죠. 광주의 비극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고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광주가 대신 그 비극을 감내한 것이죠.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은 광주를 넘어 전국의 민주화 세력에 남아있게 됩니다. 그 이후로 수많은 민주화 열사들이 광주 정신을 외쳤던 바탕에는 이런 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이상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 영화로 돌아오겠습니다.
아 역시 송강호
송강호를 보면서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걸 떠나서 광주를 잠깐나와 국수를 먹기 전 잠깐 망설이는 장면을 보면서 '그래..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마음의 소리를 들었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 속 최고의 명연기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송강호의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워 영화를 나오면서 이게 영화관을 나오는 게 아니고 마치 방금 광주를 다녀와서 막 시외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보는 것이 바로 영화가 시작할 때 나오는 노래입니다. 노래는 "미스페레그린과 아이들"의 "run rabbit run"처럼 당시에 유행하는 노래를 통해 사람을 그 시대로 이끌어 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그 시대의 분위기를 가장 대표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인데요. 영화의 초반부에 송강호가 부르는 조용필의 "단발머리"도 그런 의도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979년 조용필의 1집에 수록되어 있는 "단발머리"가 이 영화에 들어간 것도 바로 그 시대를 대표하기 때문이죠. 영화 도입부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1980년으로 과거로 흘러들어갑니다.
조용필씨는 평소에 영화에 자신의 노래가 들어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다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건내 받으며 송강호씨가 주연이라는 걸 듣고 흔쾌히 영화 속에 자신의 노래가 나오는 것을 허락해 줬다고 합니다.
시대극의 긍정적 효과
영화관을 나오는 관객들의 대화를 옅듣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답게 많은 말들이 오갔는데요 "아빠는 그때 초등학생이었자나."라는 자녀들, "아이고~ 끔찍해!"라고 말씀하시는 아주머니, "저러고도 아직 그 새끼는 잘 살고 있네. 나쁜 새끼"같은 아저씨의 험담도 들을 수 있었죠. 역사가 좋은 작품 속에서 이렇게 다시 태어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겪지 못했던 사건 끊임없이 알리고 상기 시킬 수 있다는 점을 통해서 그 시대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바로 택시운전사 같은 시대극의 좋은 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뻔하지만 애정이 가는 영화
어쩌다보니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송강호가 연기한 인물의 입체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고 초반에 뿌려대는 많은 복선을 거두어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극적인 부분에서는 "에이 저건 너무했다..." 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좀 있지만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 진 영화라고 평가합니다. 물론, 너무 신파적 요소나 감성을 증폭시키려하는 뻔한 클리셰로 도배되어 있지 않느냐는 반론을 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의 흐름도 너무 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운전사는 의도적인 스토리 흐름을 통해 독자에게 주고하자는 메세지가 분명하기에 그런 뻔함조차 애정스럽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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