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꿀잠의 커피이야기 4 - 콜시츠키와 블루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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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꿀잠입니다. 벌써 커피를 주제로 한 네번째 포스팅이네요.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리니까 벌써 한달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가네요. 저번 포스팅에서는 커피가 어떻게 발견되었고 퍼져나갔는지에 대해서 포스팅을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유럽에서 커피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작년에 여름에 찍은 한장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커피계의 애플 : 블루보틀
작년 여름, 무더위에 지친 어느 날에 작은 캔에 든 커피를 외국에서 직구해 보았습니다. 블루보틀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콜드브루였는데요. 에티오피아나 우간다 등지에서 나는 커피 열매를 적절하게 블랜드해서 차가운 물로 내린 커피였습니다.
블루보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한 카페입니다. 지금은 뉴욕을 비롯하여 미국내에 5개 매장을 가지고 있고 해외 지점으로는 도쿄에 하나가 있습니다. 앙증맞은 파란색의 병모양이 눈에 띕니다. 제가 먹은 것은 캔입된 콜드브루였는데요. 얼음에 타 마시니 한 여름의 더위가 모두 가신 듯 했습니다. 사진을 보니 그 때 생각이 다시 나네요.
지금쯤, 유럽에 전해진 커피와 카페 이야기를 한다면서 왜 난데없이 여름에 찍은 사진이며, 미국의 커피회사인 블루보틀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독자분도 있겠죠? 블루보틀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바로 오스트리아 빈에 생긴 최초의 카페는 무엇인지 말씀드리고자 함입니다.
빈공방전과 콜시츠키
때는 17세기 말, 동유럽 쪽 국가의 세력이 약해지던 시절에 있던 사건입니다. 종교개혁 이후, 신교 세력들이 일어나 지역 영주들과 반란을 일으키면서, 전통적인 유럽의 강자, 합스부르크 왕조도 힘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라 하면 친족 혈족관계로 얽혀 사실상 유럽 대부분의 지역에 영향을 끼치던 유력가문이었습니다. 신교와 그에 동조하는 새로운 세력이 나타나 이 합스부르크 왕조의 주도적인 힘을 점차 와해하고 있었습니다. 지역 패권이 허물어지는 이 때를 틈타 지금의 터지지방에 있던 제국인 오스만투르크의 실권자 무스타파 파샤는 동유럽 지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야망을 실현하고자 했죠
신교 세력는 카를 5세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합스부르크 왕조의 힘을 꺽기 위해 무스타파 파샤의 야망을 이용합니다. 신교 세력은 무스타파에게 우리가 안에서 조지고 있을 테니, 저기 빈 좀 적당히 조져달라는 요청을 합니다.
파샤는 신이나서 당시 오스만 투르크 왕이던 마흐메트 4세를 꼬십니다. 빈을 털면 유럽 쪽으로 더 세력을 넓히기 수월했기 때문이죠. 파샤의 말을 들은 오스만 제국은 전 병력을 몽땅 털어 한달음에 빈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이게 바로 2차 빈 포위입니다. 20만이 넘는 엄청난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빈을 포위해 공격합니다.
한편, 빈을 다스리고 있던 합스부르크왕조의 레오폴트 1세는 오스만의 공격을 예상하고 성의 외곽을 정리하며 오스만의 공격에 대비했지만,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빈을 버리고 도망가 전황을 살피면서 주변 국가에게 원병을 요청합니다.
군주도 토끼고 오스만 군이 밖에서 물샐틈 없이 포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 안에 있는 빈 주둔군은 외부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도, 구원을 요청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외부와 연락을 하고 원병을 구하려는 전령을 수도 없이 띄었지만 오스만 군에 전부 잡혀 실패하게 되죠. 1만이 조금 넘는 빈의 주둔군은 이렇게 불리한 상황에서도 60일 넘게 항전을 합니다.
그런 빈에 전령으로 쓰기 딱 좋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게오르고 프란츠 콜시츠키입니다. 콜시츠키는 아랍에서 좀 살던, 아랍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엇습니다. 오스만 군복을 입은 콜시츠키가 전투의 혼란한 틈을 타서 오스만 진영으로 잠입하였고, 포위를 따돌리며 폴란드에 도착합니다. 심지어 폴란드로 가는 도중 오스만 군에게 밥까지 얻어 먹으면서 갔다고 전해집니다.
우여곡절 끝에 콜시츠키는구원병을 조직하고 출정을 준비하고 있던 윙드 후사르라는 폴란드 명장을 만나죠. 콜시츠키는 원병이 온다는 소식을 가지고 다시 빈으로 돌아오는데 성공하고 지원군에 대한 소식을 들은 빈 주둔군과 주민들은 희망을 품게되죠. 윙드 후사르 역시, 콜시츠키를 만나고 난 후 '어디 아랍놈의 새끼들이 우리 기독교 세력을 날로 쳐먹으려 드느냐'며 한달음에 달려옵니다.
파샤와 오스만 군은 빈을 포위해서 빈 주둔군을 그냥 며칠 굶기면 알아서 항복하겠거니 했는데, 난데없이 폴란드에서 빈을 구하기 위한 원병이 온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파샤와 오스만군은 급한 마음에 전 병력을 동원하여 성벽을 허물고 총력을 다해 빈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을 탈탈 털어먹기 일보직전까지 갔지만 어디서 난데없이 윙드 후사르라는 놈이 나타나서 진영의 후방을 휘저으면서 오스만 군이 와해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당황한 오스만 군은 정신없이 도망가기 시작했죠.
오스만 군이 얼마나 급하게 도망을 갔는지 그만, 보급품이고 뭐고 다 내다 버리고 몸만 내빼기에 급급했습니다. 오스만이 철수한 후, 폴란드와 빈의 병사들이 도망간 오스만 군의 진지를 정리하러 갑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시퍼런 씨앗이 든 포대를 발견합니다. 그것이 뭔지 알리가 없던 빈의 병사들은 그냥 낙타 먹이 겠거니 하고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태워버리려고 했죠. 바로 그 때! 빈의 전령으로 큰 역할을 했던 콜시츠키가 나타나 자루에 있는 열매를 보았습니다. 그것을 태우려던 병사들에게 "이 무식한 새끼들, 안 쓰려면 날 줘!"하며 씨앗이 든 자루를 다 거두어갑니다.
그 열매가 바로 커피였습니다. 아랍권에서 살다온 콜시츠키는 커피가 어떻게 생겼고 무슨 향을 풍기는 지 알고 있었기에 커피를 알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 오스만 군은 커피를 보급 받고 있었죠. 그리고 그커피를 가지고 빈에 차린 카페가 바로 오스트리아 최초의 카페로 알려져 있는 "블루보틀"입니다.(내용 정정합니다. 오스트리아 빈 최초의 카페는 1684년 요하네스 디오다트가 열었다고 전해집니다.)
블루보틀의 과거와 현재
물론, 블루보틀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랍에서 기원한 커피가 2차 빈 포위 전에 이미 유럽사회에 널리 퍼져있었기 때문에 빈이나 폴란드 병사들이 커피를 몰랐을리가 없다는 의견도 있고, 이 의견을 바탕으로 콜시츠키가 커피 포대를 무식한 병사에게서 얻어낸 것이 아니고 전령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한 보답으로 받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후 블루보틀은 콜시츠키가 죽는 1694년까지 빈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운영됩니다. 그리고 319년 뒤인 2002년, 샌프란시스코의 제임스 프리먼이 바로 이 카페를 생각하며 현재의 블루보틀을 창업하게 됩니다.
지금 존재하는 블루보틀 카페는 자신의 이름이 콜시츠키의 블루보틀에서 왔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블루보틀의 공식홈페이지에 있는 우리의 이야기(Our Story)라는 메뉴를 보면 콜시츠키와 블루보틀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블루보틀과 예전 비엔나의 블루보틀 사이에 닮은 점은 이름 뿐이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최초의 카페였던 블루보틀이 몇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고, 그 명칭이 아직도 남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블루보틀은 커피계의 애플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로스팅한지 48시간이 지난 커피는 판매하지 않겠다는 장인정신과 실험정신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레시피는 커피를 좋아하는 고객에게 블루보틀이라는 카페를 충분히 각인시키고 있죠.
흠... 유럽에 커피가 어떻게 전해졌는지와 카페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콜시츠키와 블루보틀이야기를 쓰다보니 너무 많이 써버렸네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유럽에 커피가 전해진 계기와 최초의 카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블루보틀 이야기를 하면서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심지어 블루보틀이 최초의 카페도 아닌데 말이죠... 여름에 찍어 놓은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쓰다보니 그만 이렇게 되었네요 ㅜㅜ
카페의 역사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전해드리기로 하고 이번 이야기는 여기서 그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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