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이야기, 그 역사와 분류의 시작
안녕하세요. 정꿀잠입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더위가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여름철 온도가 최고기온을 달성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40도라니 이게 말이됩니까.. 조만간 말라리아 모기가 생겨날 수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날씨가 따듯해지면서 예전에는 없었던 다양한 유해 곤충들이 생기고 있는데요. 예전 같으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여름철 더위도 이제는 재난 수준에 이른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더운 날에는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맥주 한잔 들이키는 게 최고죠. 저도 맥주를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이번 포스팅은 맥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합니다. 요즘에는 편의점에서 만원에 4캔 행사를 많이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고민되는 것이 "어떤 맥주를 먹을까?"일텐데요. 해답은 다양한 종류를 많이 먹어보면 안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들이 그렇지만 맥주는 특히 우리 주변에 깊숙히 자리 잡고 있는 술이기 때문에 조금 알고 먹으면 더 즐겁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블로그들이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저는 후발주자 축에도 못낀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 맥주이야기를 시작해 보고자합니다. 사실 이 포스팅은 준비한지 꽤 오래 되었는데요. 맥주를 즐기는 많은 사람 중 한명으로서 다양한 맥주를 알기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쉬운 방향으로 설명을 해나가겠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주제는 바로 맥주의 종류입니다. 맥주의 종류라고 하면 손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요. 상면발효인 에일, 하면발효인 라거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분류하고 있고, 가장 손쉬운 방법이죠. 하지만 정확히 말을 하자면 이 분류방법은 맥주의 종류를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결과입니다. 사실 맥주의 종류를 알기 위해서는 맥주의 기원을 아는 것이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맥주의 기원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그 종류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맥주의 기원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자하는 것은 사실 부질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원이 일류의 역사만큼 오래되었기 때문이죠. 맥주의 기원에 설명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을 하자면 맥주의 기원에 대해서 기원전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나 이집트에서 곡물로 만든 술을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맥주는 빵을 만들어 먹던 시기와 비슷한 시기부터 만들어 먹었다고 전해지는데요. 재료나 발효방법이 빵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빵의 주재료인 곡물, 그리고 이스트는 맥주를 만드는데 동일하게 들어갑니다. 차이가 있다면 물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정도겠지요. 때문에 빵과 맥주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해왔습니다. 바이에른 지역의 중세 수도원에서도 빵을 만드는 구역과 맥주를 만드는 구역은 서로 붙어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이야 맥주를 만드는 방법이 개량되어 다양한 종류 맥주를 불순물 없이 깔끔하게 먹을 수 있지만 초창기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맥주에 떠있는 부유물을 피해 술을 먹기 위해 빨대를 이용하였죠. 지금도 남아있는 이집트 벽화를 보면 빨대로 맥주를 빨아먹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대 방식으로 만들어진 맥주는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 않습니다. 얼마전 고대 방식을 추정하여 만든 맥주를 만들었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는데요. 생각보다 맛이 괜찮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별로 자세히 알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현대의 맥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그보다 훨씬 이후의 일이니까요.
맥주는 유럽의 북쪽, 그러니까 로마시절에 바바리아라고 불리우던 미개척지에서 유행하던 야만인들의 술이었습니다. 북부의 혹독한 기후는 과실주보다 곡물로 만든 술이 더 친숙했기 때문입니다. 남부지역은 예로부터 포도 농사에 적합한 기후였기 때문에 곡물로 만든 맥주보다 포도로 만든 과실주가 대세였습니다. 때문에 남부 유럽을 와인벨트라고 부르는데요. 반대로 말하면 그 위쪽은 오래 전 부터 맥주를 먹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따듯한 남쪽에서는 포도가 잘 자랐기에 와인이 주류를 이루었고 상대적으로 추운 지방인 지금의 북부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영국, 독일 지역은 잘 자라지 않는 포도보다는 보리로 만든 맥주를 주로 먹었습니다. 토르로 유명한 북유럽 신화에서도 맥주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로마시대의 문헌에도 북부 야만인들이 만들 술에 대한 기록들이 나옵니다. 내용은 주로 맛이 형편없는 술을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는 내용이지요. 이처럼 맥주는 오랜 시간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지만 야만으로 취급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의 영국인 브리튼 지방에는 꿀로 만든 전통적인 술이 있었습니다. 꿀은 지금도 비싸지만 예전에는 그야말로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고대 브리튼에서 꿀로 만든 술을 미드라고 불렀는데요. 꿀로 만든 최상급 미드는 서민들이 먹기에 힘들었기에 서민들은 꿀이 아닌 다른 대용품을 사용하여 술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귀족을 위한 원조 미드와 달리 서민들이 곡물을 첨가해 만든 술을 부르는 말이 바로 에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에일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의 맥주인 에일은 지금 우리가 먹는 에일맥주와 많이 달랐습니다. 물론 상면발효라는 측면에서는 같았지만 중요한 한가지 차이점이 있었다고 한다면 홉을 넣지 않았습니다. 전통적인 에일 맥주는 지금 사용하는 홉 대신 그루트(Gruit)라고 불리우는 첨가물을 넣었는데요. 이는 홉에 대한 기록이 처음 등장한 8세기 이전부터 본격적으로 홉을 사용하는 15세기 무렵까지 지속됩니다. 다양한 맛을 내기 위해서 허브부터 토끼풀, 지푸라기 등 다양한 식물들이 그루트의 원료가 되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술에 대한 세금을 메기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데요. 영국의 지방 영주들은 이 그루트를 독점하거나 세금을 물리면서 맥주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으나 이 그루트를 독점하는 그루트권이 영국 맥주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기 때문에 홉을 적용하는 시점이 늦어지게 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에일을 만드는데 그루트를 사용해온 영국은 홉의 사용을 배척하는 기운이 강했습니다.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지방 권력자들이 그루트를 활용하여 맥주 산업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이미 수백년 전부터 시작된 홉이 영국에 퍼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통해 홉이 영국에 전파되었고 15세기에 이르러 영국에서도 맥주에 그루트 대신 홉을 첨가하는 것이 허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홉을 첨가한 맥주는 비어(Beer), 홉이 첨가되지 않은 맥주는 에일(Ale)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홉의 사용이 대중화 되면서 홉을 적게 첨가한 맥주에 이르기 까지 에일 맥주의 범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에일은 영국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맥주를 통칭하는 말로 쓰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영국에도 다양한 맥주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당시 맥주들은 균일한 맛을 내지 못했고 만들어지는 시기, 종류별로 다양한 풍미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영국에서는 몇가지 맥주를 섞어서 먹는 문화가 발달을 했습니다. 이를 2종 블랜드, 3종 블랜드라고 불리우면 펍에서는 다양한 맥주를 섞어서 팔고 있었습니다. 런던 동부 쇼디치에 있던 벨 양조장의 주인 랄프 하우드는 이 현상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바로 포터가 탄생하게 됩니다. 포터의 어원은 다양한데요.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짐꾼들이 무거운 짐을 나르고 난 후 즐겨 먹었다는 설에서 기원한 것과 짐꾼 들이 맥주를 술집에 운반하면서 "여기 포터요!"라고 외치던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둘다 모두 짐꾼을 뜻하는 영어단어에서 기원한 것이며, 짐꾼들이 그만큼 이 맥주를 즐겨 먹었다는 말이지요.
포터 이전의 맥주들은 여기저기서 받은 맥주들을 술집들이 개별적으로 보관하면서 숙성시켰으나 포터는 양조장의 큰 통에서 한꺼번에 숙성을 시킨 후 유통시켰기 때문에 주류 판매업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맥주를 구할 수 있었고 술집들은 각각의 통에서 맥주 모아 팔면서 개별적 재고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포터에서 발전된 양식으로는 스타우트가 있습니다. 지금은 검은 색의 흑맥주를 부르는 스타우트는 스타우트 포터라는 맥주 형식에서 왔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색과 상관없이 도수가 강한 포터를 스타우트 포터라고 불렀었는데요. 19세기 초부터 흑색 맥아가 첨가되어 색이 진하게 나오는 것을 스타우트, 아닌 것은 포터라고 불리우게 되었습니다. 스타우트는 아일랜드의 맥주회사 기네스가 주축이 되어 맥주의 한 종류로 굳건히 자리매김을 하였지만 포터는 기존 맥주와 차별되는 페일에일 등이 나타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맥주의 다양화 추세에 따라 다시 양조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영국의 맥주 이야기를 중심으로 스타우트까지 간단한 역사를 살펴보았는데요. 사실 맥주 종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자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 시간에는 18세기 이후에 등장하는 더 많은 맥주의 종류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고 본격적으로 현대의 맥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사실 지금 시작하는 맥주의 이야기는 제가 하고자하는 맥주 이야기의 서론입니다. 앞으로 간간히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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