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조슈아 포어
안녕하세요. 정꿀잠입니다. 그동안 블로그를 할 시간이 없어 못쓴 리뷰들이 많아지고 있네요. 일단, 오늘은 오랜만에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에 대한 후기를 남기고자합니다.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라는 책을 접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제가 기억력이 모자라기 때문이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약간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영어단어 쪽지시험을 볼 때가 가장 큰 곤역이었습니다. 전날 부터 막대한 시간을 투입하면서 고작 40개 단어를 외우고 있었는데, 옆 짝꿍은 단 한번도 책을 보지 않다가 시험 전 쉬는 시간에 잠깐 40단어를 본 뒤 다 맞는 것을 보면서 세상의 불공평함을 느끼곤 했습니다. 물론 저는 그렇게 공부하고도 많이 틀렸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특히 다른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는 운동선수들 처럼 지력도 타고나야한다는 것을 깨닫고 없는 능력을 억지로 이용하면서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공부방향을 바꿨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 생각해 보니 암기를 포기하지 말았어야한다는 생각이 뒤늦게 드네요.
아무튼, 저는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기에 이책을 보면 혹시라도 기억력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이책은 두번 정독했습니다. 그리고 기억력에 관한 다른 책도 찾아 읽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느낀 결론은 "이 책을 제외한 기억력에 대한 나머지 책들은 다 별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개중에는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책들도 여럿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억력 개발이건 뭐건 자기계발 서적을 더 멀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라는 책은 다른 자기계발 서적과 뭐가 다른지 부터 간단히 말씀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
다른 기억력에 대한 자기계발 서적의 시작은 거창합니다. "나는 이 방법으로 도쿄대를 갈 수 있었다.", "기억력 공부를 하고 인생이 바뀌었으며.."와 같은 소리를 하면서 인터넷 검색만 하면 다 알 수 있을 정도의 허접한 정보를 뭔가 자기자신만의 귀중한 비법인양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뜯어보면 아무것도 없고 별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릅니다. 저널리스트가 쓴 글 답게 실제 자신의 경험을 담담하면서도 소설적으로 풀어내는 한편 기억력 훈련에 대한 근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열심히 훈련해서 기억력 고수가 되야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이런 삶도 존재하는 구나"하는 다양한 시각을 기르게 해준다는 점에서 저는 이 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우연히 기억력 챔피언십을 취재하러 갔던 조슈아포어라는 프리랜서 기자가 기억력 훈련에 흥미를 가지고 훈련을 하게 되고 결국에 전미 기억력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기억력 훈련을 함과 동시에 기억력 훈련의 기원과 기억의 구조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조사해서 기억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제시합니다. 그와 동시에 우수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대한 비판을 가합니다.
고대에서 부터 존재하였지만 인쇄술과 전자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기억술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의 저자도 결국 기억술은 크게 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대회에 나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잘 쓰일 수 있으나 일상생활에 직접 응용해서 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죠.
저도 처음에 책을 읽어보고 크게 감명받아서 기억술을 훈련해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몇가지는 실제 해보기는 했습니다만 "근데 이걸 해서 도대체 어디다 쓸까?"라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억술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실생활에 쓸만한 부분만 추려서 활용한다면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들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실제로 저도 이 책에서 나온 기억술의 일부분을 업무를 하며 지금까지 활용하기도 합니다만, 어느 분야를 공부를 하는 것만큼 기억술 자체를 공부하는 것에 대한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무작정 본격적으로 훈련하기는 애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하는 것이 인간적이라면, 더 많이 기억하는 것은 더욱 더 인간적으로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술을 이해하고 훈련하여 활용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저자의 견해에는 공감을 합니다. 가보지 않고 막연히 대단하다는 생각만 품고 있던 미지의 세계에 들어가서 경험을 해본 저자의 경험과 기억술이라는 방법론을 공부하면서 배운 이미지를 상상하는 상상력과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창의력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 부족한 기억력에 대한 일종의 해답이었습니다. 기억의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집중에서 비롯되는 능력이었습니다.
"보통 어떤 자리에서 새로 소개받은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그의 이름보다는 화제에 대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제가 특히 기억 못하는 것이 사람의 이름이었습니다. 새학기가 되거나 단체에 처음 들어갈 때 특히 곤욕스러운데요. 한달이 지나도 같은 공간에 매일 함께하는 사람의 이름을 모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그게 관심의 부족, 그리고 그의 이름보다 분위기나 성향을 파악하는데 더 큰 힘을 들였기 때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름을 기억하려고 노력하다가도 순식간에 다른 화제로 빠져버리기 때문에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자신을 반성해 보게 되었습니다.
"매튜스는 '학습'과 '암기'를 구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암기 없이는 학습도 없고, 어법에 맞는지는 몰라도 학습 없이는 기억도 없다."
마지막으로 감명에 남는 표현은 위의 문구인데요. 얼마 안되는 기간을 살아오면서 제가 느낀 점과 비슷했습니다. 공부는 결국 암기였고 암기와 이해는 상호 보완적 관계입니다. 이해를 하면 암기가 쉽고 암기가 되어있으면 나중에 이해하기가 수월합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이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읽으면 부족한 기억력을 가진 것에 좌절하지 않아도 되기에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슈아 포어가 책에서 밝힌 기억술에 대한 몇가지 방법을 쓰며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기억의 궁전
고대부터 내려오는 기억술의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아테네의 정치가 테미스토클레스는 바로 이 기억의 궁전을 이용하여 2만명이나 되는아테네 시민의 이름을 다 외웠다고 전해져 내려올 정도입니다. 기억의 궁전은 기본적으로 머리 속에 공간을 만든 뒤 시각적 상징을 곳곳에 배치하여 기억을 하는 방법입니다. 그렇다고 진짜 궁전을 만들 필요는 없고 밤하늘의 별자리여도 좋고 신체의 일부분이어도 좋습니다. 기억해야하는 것의 종류에 따라 원하는 만큼 수십, 수백 채를 만들 수도 있고 깨끗이 치우고 다른 내용을 저장할 수도 있는 것이 좋습니다.
1. 나에게 친숙한 공간으로 선택하기 : 첫번째 기억의 궁전은 어린 시절을 보낸 집 같이 떠올리기 쉽고 친숙한 곳이 좋습니다. 본격적으로 기억력을 훈련하고 싶다면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궁전을 만들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2. 기억해야 할 단어의 이미지 만들기 : 이미지는 기억해야 할 단어와 비슷해야 합니다. 외설스럽고 재미있고 색다를 수록 기억이 쉽습니다. 모호하지 않고 동적이면 더 좋습니다. 뇌는 항상 새로운 것을 잘 기억하기 때문에 다양한 공감각 정보를 결합하는 것이 좋습니다.
3. 기억의 궁전에 저장하기 : 공간을 머리에 떠올리며 구석구석에 이미지를 심어 넣습니다. 이 때 각 장소들은 너무 밝아도 안되고 어두워도 안됩니다. 이미지의 간격은 서른 걸음 정도가 적당합니다.
4. 심어놓은 이미지 찾기 : 아침에 궁전을 만들었다면 저녁에 거닐어보고, 다음날 오후에도 그리고 1주일 후에도 기억 속을 거닐어보는 것입니다. 머릿속에 공간이 세겨지고 이미지가 각인되었다며 원하는 내용을 떠올리고 싶을 때 단순히 기억의 궁전을 따라 산책하기만 하면 됩니다.
숫자외우기
숫자를 외우는 방법은17세기에 발명된 메이저 시스템이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숫자를 음성으로 전환하는 간단한 코드인데요. 0123456789에 해당하는 것을 알파벳에 대응 시킵니다.
예를 들면 1은 T, D, 2는 N, 3은 M, 4는 R... 이런 식이죠. 이러면 숫자 32는 MN이 되고 33은 MM입니다. 그리고 이 자음들에 모음을 부여하여 의미를 만들어 내느 것이죠. 32는 MAN(남자), 33은 MAM(엄마) 같은 글자를 생성해 그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 암기하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PAO시스템이 있습니다. PAO는 Person(사람)-Action(행동)-Object(대상)의 줄임말인데요. 긴 숫자를 순식간에 암기하는데 많이 사용합니다. 전미메모리챔피언십 참가자들은 바로 이 PAO 시스템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일단, 00에서 99까지 모든 숫자에 대응하는 사람, 행동, 이미지를 만들어 기억의 궁전 기술로 기억을 합니다. 예를 들어 숫자 34는 엄정화(사람)가 마이크(대상)를 들고 노래하는(행동)으로 바꾸고, 13은 데이비드배컴(사람)이 공(대상)을 차는(행동) 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또 79는 슈퍼맨(사람)이 빨간 망토(대상)를 입고 나는(행동) 것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방법을 활용해서 34-13-79를 기억하려면 엄정화가 공과 함께 나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엄정화"(사람) - "공"(대상) - "날다"(행동) 순서대로 이미지를 조합하여 암기하는 방법이죠. 이 시스템은 00에서 99만 9,999가지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중복되지 않게 만들어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숫자뿐만 아니라 트럼프를 순서대로 외울 때도 PAO기법을 응용해서 사용하면 빠르고 쉽게 외울 수 있다고 합니다.
이름 외우기
기억술사들은 이름을 외우기 위해서 베이커의 역설이라는 기법을 이용합니다. 이름이 베이커인 사람보다 직업이 베이커인 사람을 기억하기 더 쉽다는 것인데요. 쉽게 말해 사람이름을 시각화해서 기억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베드포드라는 이름을 기억할 때는 그 사람이 포드트럭 바닥에 누워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잘 안 와닿으실 텐데, 이명박을 생각하실 때 "조롱박 같은 머리가 빛나는 사람이구나" 정도로 상징화해서 기억한다고 하시면 쉬울 것입니다. 전두환 같은 경우는 더 쉬운데 "대가리(두)가 환하게 반짝반짝 하는 사람이구나" 정도로 상징화 해서 기억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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