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냉면 기본, 강남면옥
여름은 국수의 계절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여름이야 말로 진정한 국수의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겨울에는 호호 불어 먹는 칼국수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국수라함은 시원한 물에 한번 행궈서 면발을 탱탱하게 해야 진정한 국수의 반열에 들수 있었습니다. 예로는 냉면, 막국수, 잔치국수, 올챙이국수 등 수도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냉면만 해도 수도없이 많은 정파와 사파들이 있습니다.
냉면만 해도 수도 없이 많은 계열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북쪽은 함흥파와 평양파가 존재합니다. 평양파는 문통이 판문점에서 먹은 이북식 평양냉면과 이북에서 갈라져서 내려온 남한식 평양냉면이 양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평양냉면은 앞서 여의도 정인면옥에서 다루어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함흥냉면 맛집을 하나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강남면옥입니다.
저는 강남면옥 광명점에 갔습니다. 이케아에서 물건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길게 줄을 늘어선 차들이 있길래 뭔가 하고 갔는데 강남면옥이었습니다. 사실 이전에는 강남면옥이 뭐하는 덴지도 몰랐습니다. 여기는 본점 아닌 주제에 길이 겁나 길었습니다. 어디를 가든 인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점심시간을 지나서 갔는데 대기를 10팀이나 넘게 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고 점심시간을 피해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강남면옥은 평양냉면이나 막국수와는 다르게 가늘고 찰진 함흥 스타일의 냉면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함흥냉면이라는 동네는 평양보다는 약간 동북쪽으로 동해바다와 맞닿아 있는 곳입니다. 개마고원의 동쪽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선선한 기후를 가지고 있는 동네이지요.
많은 분들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차이가 뭐냐고 물으시는데 가장 큰 차이는 역시 면발입니다. 함흥식은 좀 더 찰지고 얇죠. 그것은 전분이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북의 함흥냉면은 감자전분을 사용한다고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 감자전분을 사용한 함흥냉면은 아마 찾기 힘들 것입니다. 감자전분은 잘 사용해야지 냄새가 나기도 하죠. 고구마 전분은 당면처럼 깔끔합니다. 우리나라의 함흥냉면은 거의 고구마 전분을 사용한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육수는 사실 거기서 거기입니다만 함흥냉면이 좀 더 과일의 맛과 향이 나면서 자극적입니다. 동치미 국물을 아직까지 사용하기 때문이죠. 평양냉면을 만드는 곳도 예전에는 동치미 국수를 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북에 있는 옥류관도 동치미를 사용한다고 하죠. 우리나라의 평양냉면은 냉장시설이 후지던 시절, 동치미에서 대장균이 검출되는 사건이 있은 이후로 평양냉면 쪽에서는 동치미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하지만 함흥냉면에는 소고기 육수 베이스에 동치미 국물을 육수로 함께 사용합니다.
내친김에 좀 더 알아보자면 함흥냉면은 우리나라에서 비빔냉면을 좀 더 알아줍니다. 회냉면이기도 한데요. 회냉면은 속초 코다리 냉면 처럼 동해지역에서 회무침을 냉면에 올려 비벼먹던 습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금도 함흥지역의 토속음식으로 회비빔국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평양은 물냉면, 함흥은 비빔냉면이라는 공식이 우리나라에서 탄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것은 이북음식의 남한 정착기에 조금 더 잘팔리는 쪽으로 생존해 나간, 일종의 시장 선택적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뭐 아무래도 그냥 맛있으면 다 좋습니다. 음식은 기호식품이기에 정답이 없는 법이지요. 누가 더 맛깔나게 설명하고 맛있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강남면옥의 밑반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면장사를 하려면 당연히 물도주고 육수도 주어야합니다. 그것은 면장사의 기본이죠. 최소한 면수라도 내와야 면을 요리하는 가게구나 싶은게 저의 지론입니다. 여기서는 고기육수를 줍니다. 먹어보니 이 집 갈비탕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김치는 무난했습니다. 무김치가 사실 유별나게 맛있기도 힘들지만 맛없기는 더 힘듭니다. 이제 메인메뉴인 냉면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물냉면부터 보시죠
강남면옥의 메인 물냉면입니다. 사진만 봐도 새콤한 맛이 다시 생각나네요. 면발은 가위로 잘라서 줍니다. 평양냉면은 가위를 쓰면 마치 미개한 사람 보듯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함흥냉면은 가위를 안쓰면 미개한 사람입니다. 그런 분들은 냉면을 입이 아닌 옷으로 먹게 될 확률이 무지하게 높습니다. 흰색 와이셔츠나 블라우스를 입고 있는 사람과 회냉면을 먹게 된다면 그 분의 옷에 튀진 양념만큼 줘 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둘다 붉게 물들겠죠.
이 아름다운 면발을 보십쇼. 탱탱합니다. 칼로 잘려져 있는 단면이 예리해보이기까지합니다. 고기와 오이 그리고 배가 아름답게 올려져있었으나 잠시 보여줌과 동시에 가위로 면발을 재끼느냐 순식간에 엉망에 됩니다. 함흥냉면에서 플레이팅은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입니다. 맛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새콤달콤하며 여름에 먹기에 재격입니다. 표준적인 함흥냉면 육수 맛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표준과 기본을 지킨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죠. 합격입니다. 그럼 비빔냉면을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비빔냉면 역시 참혹하게 배가 갈라져나옵니다. 축축하게 젖은 양념 사이로 탱글탱글한 면발이 보입니다. 맛은 회냉면과 같지만 회냉면과 비빔냉면의 가격이 같은 것이 찜찜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면을 먹고 싶은 마음에 비빔냉면을 시켰습니다.
비빔냉면 역시 굉장히 스탠다드한 맛입니다. "함흥냉면 먹고 싶다~" 생각하면서 가시면 딱 적당히 잘 먹었다고 느끼실 정도의 맛입니다. 저 참기름 테두리 보십쇼. 비빔은 역시 양념과 기름 맛입니다. 종업원이 가위로 사등분 한 것은 네 젓가락 분량이라는 뜻이겠죠. 금방 해치웠습니다.
광명동굴, 이케아 광명점과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근교에 나들이 갔다가 들리기 좋은 음식점입니다. 마침 맞은 편에 유명한 빵집도 있다고하니 여기에서 점심을 먹고 빵집에 들려서 간단한 간식을 먹어도 좋을 것 같은 코스입니다.
<메뉴>
물냉면/회냉면/비빔냉면 8,000원, 사리추가 4,000원
찐만두 한판 6,000원 / 반판 6,000원
갈비탕 10,000원, 갈비찜 소 35천원, 중 45천원, 대 55천원
홍어회 무침 2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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