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크기의 콩가루 집안, 진주집
여의도는 여의도 공원을 경계로 동과 서로 갈라져있습니다. 그리고 그 양쪽의 국수패권은 각각 서여의도의 정인면옥, 동여의도의 진주집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평양냉면과 콩국수 모두 음식계에서는 소수의 매니아만 찾는 마이너 음식인데 양분하고 있다고 표현하자니 웃깁니다. 마치 경상도에서 홍어를 파는 것처럼, 평양냉면이나 콩국수는 요식업 시장에서 일정부분 디스어드벤테이지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진주집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콩국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데려가서 비빔국수를 사주며 내 콩국수 한젓가락 먹어봐라 건내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친구가 다음에 혼자 몰래와서 저 처럼 먹고 갈 수 도 있습니다.
진주는 무슨 동네인지 진주회관과 더불어 콩국수로 난리가 났습니다. 진주도 아닌 서울에서 진주회관도, 진주집도 명품콩국수 맛집의 반열에 올라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진주회관과 진주집이 콩국수의 양대산맥이죠. 사실 저도 진주 정씨입니다. 진양정씨라고도 하죠. 암튼 양반입니다. 진주집은 사실 진주회관과 가족같은 곳입니다. 한집에서 나온 두 형제가 하고 있는 콩국수집이기 때문이죠. 이영돈 피디의 제물이 될 뻔 했으나 나사에서 만든 믹서기가 진짜로 밝혀지며 이영돈 피디가 역으로 엿을 먹은 집이기도 합니다.
콩국수를 가지고도 말이 많습니다. 서리태만 갈은 콩물에 소금만 넣는 것이 진짜다. 아니다. 설탕을 넣어야한다. 무슨 소리냐 땅콩을 넣어야 맛있다. 땅콩은 사파다. 말들이 많습니다만 저는 콩국수는 맛있으면 장땡이다 파입니다. 아무거나 다 때려 넣어도 콩이 반이상 들어간 이상 그것은 콩국수입니다. 오히려 콩국수 순수령을 지키려는 일부 콩국수 무리들이 무리수를 둬서 콩국수를 마이너하게 몰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콩국수에 콩만 들어간다면 붕어빵은 붕어대가리가 나와야하고 메밀국수는 3분만 지나면 죄다 끊어서 메밀죽이 되어야합니다. 견과류가 들어가도 맛만 있으면 장땡, 100% 서리태 콩물도 맛없으면 망통입니다.
항상 쓸데없는 말을 길게 하는데 쓸데없는 말하려 블로그하는 사람이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본격적인 포스팅을 시작해보겠습니다. 여의도 진주집입니다. 이게 어디있냐면, 여의도백화점 안에 있습니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시면 음식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한바퀴 돌면 거의 다 진주집이기 때문에 찾기도 쉽습니다. 여의도 백화점 지하 1층으로 내려가십쇼. 그곳에 바로 진주집이 있습니다.
여의도 백화점은 진주집이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의도 빌딩은 맨하탄빌딩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개인적으로 맨하탄과 여의도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맨하탄 빌딩이라도 이름도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여튼 맨하탄 빌딩(구 여의도 백화점) 지하 1층에 진주집이 있습니다.
진주집이라는 이름과 같게 참 시골스러운 내외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특히 식탁마다 올라가있는 주전자를 보면 돈데크만과 함께 놀던 어린시절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뭔가 엄청난 육수가 나올 것 같지만 정수기 물을 받아논 물이 나옵니다. 양재기에 받아 먹으면 논밭에서 일하다 새참을 먹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메뉴판을 바라봅니다.
저는 소심하기 때문에 빠르게 줌을 해서 사진을 찍은 결과 위처럼 후지고 구린 사진으로 메뉴판이 찍혔습니다. 콩국수 맛집으로 소문이 났으나 콩국수는 국수 라인업 중 맨 아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보통 음식점에 가면 최고 상단의 메뉴를 시키곤 하는데 여기서 그러면 제 맛 못보고 가는 것입니다. 냉콩국수 11천원은 그리 싼 가격은 아니죠. 이제 콩국수는 서민음식이 아닙니다. 어디 서민따위가 값비싼 강원도 서리태 국물을 먹으려고 합니까. 이때만큼은 억대연봉을 받는 여의도 금융맨으로 빙의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전 서민입니다. 기생충 박사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김치가 정말 좋았습니다. 무말랭이랑 배추김치인데 무를 반만 말린듯한 촉촉함이 있습니다. 반건조 무말랭이 김치입니다. 무말랭이를 먹으면 아래 배추김치가 있습니다. 약간 달달하긴 하지만 식당 음식이 다 달달하기 때문에 별로 신경쓰지는 않기로 합니다.
이제 메인메뉴인 콩국수입니다. 진주집의 콩국수는 정말 나노입자처럼 부드럽습니다. 이건 마치 생크림과 같은 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푸치노 거품처럼 가볍고 연유처럼 밀도 있습니다. 콩물은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것처럼 순수한 태초의 콩물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맛 또한 고소한 것이 일품입니다. 약간 익힌 콩을 갈은 건지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채우는 한편, 콩이 이토록 부드러웠던가.? 쫄깃한 면발을 씹다보면 마치 실크와 같은 콩의 부드러운 입자가 힉스입자라도 되는 듯 있는 듯 없는 듯 입안을 채웠다가 목 뒤로 살살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면발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중면, 소면보다는 더 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쫄깃한 면과 부드러운 콩물이 조화를 잘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서 말씀드린 반건조 무말랭이 김치를 콩국수와 함께 먹는 방법을 좋아합니다. 콩국수가 빨간 고춧가루로 더럽혀지는 것을 보면 약간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무말랭이 김치를 콩국수에 올려 함께 먹으면 천상의 맛입니다.
저 답지않게 너무 많은 칭찬을 한 것 같은데요. 단 맛이 있기 때문에 많이 먹으며 질린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양이 적지도 않은데 국물까지 남김없이 다 먹고 한 말이라는 점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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