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사케, The four fox sake
새로운 술을 먹는 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특히, 함께 먹는 사람이 좋으면 술 맛도 더 좋은 법이죠.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먹어서 더 맛있었던 사케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보고자합니다. 홍콩에서 팔리는 사케, Four Fox Sake를 소개합니다. 이 사케는 대한항공 기내면세점에서 판매를 하는 상품입니다. 대한항공 면세품 책자에는 다음과 같이 써있습니다.
영국인에 의해 기획되어 탄생한 독창적 컨셉의 최상급의 청주
불빛에 켜지는 라이트닝 기능으로 특별한 분위기가 연출되며 눈(雪)을 원 재료로 사용하며 높은 미네랄을 함유, 묵직하고 청명한 목 넘김이 특징인 아이스 온더락으로 즐기는 독특한 제품
시국이 시국인지라 사케 대신 청주라고 표현을 하였지만 일본식으로 만든 사케가 분명합니다. 소비자가격은 135천원입니다. 사케치고는 싼 가격이 아니지요. 위의 설명에서도 되어있지만 특이한 상품에는 분명합니다. 그리고 마케팅 측면에서 분명히 돋보이는 제품입니다. 포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포장만 봐도 품격이 있습니다. "Four fox sake"이라는 상품명 바로 아래에 "Junmai Daiginjo"라고 써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준마이>라는 말은 순수하다는 뜻으로 알콜을 추가하지 않은 순수한 사케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다이긴조라는 것은 도정률 50% 이상의 고급 사케라는 뜻이지요. 그 밑에 작은 글씨로 "Ultra premium sake"라고 써있는데 준마이 다이긴조와 어떻게 보면 같은 말입니다. 긴조가 무엇인지, 다이긴조가 무엇인지는 제가 이전에 써놓은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위의 포장을 벗기면 아래와 같이 영롱한 사케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은색의 병에는 신사의 문 안에 호주<狐酒>라는 한자가 써있고 그 옆에는 네 마리의 여우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호주는 여우의 술이라는 뜻이지요. 브랜드 명을 번역한 것과 같이 네마리의 여우 바로 이 술의 상징입니다. 이는 일본 신화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이 네 마리의 여우는 바로 쌀, 사케, 대장장이, 그리고 여우의 신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순수한 영혼만이 통과할 수 있도록 네 마리의 여우가 문을 지키고 있는 것을 상징합니다. 동시에 이 술이 이 문을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완벽한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그리고 이런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서 Four fox sake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물을 재료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바로 "눈"입니다. 일본에서도 강설량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니카타현의 츠난 지역에서 얻은 눈으로 만들었다고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포장도 굉장히 있어보이지만 이 사케가 멋들어져 보이는 다른이유는 바로 병 밑에서 켜지는 조명에 있습니다. 마치 소주 밑에 휴대폰 조명을 켠 것처럼 분위기가 있어보입니다. 이것은 이미 우리가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하던 것이지만 병에서 이런 디자인을 직접 차용하다니 생소합니다. 그리고 상당히 멋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술은 적당히 어두운 조명 아래서 먹어야 더 운치가 있습니다. 형광등 대신 초를 몇개 켜놓는 것이 분위기가 더 있겠죠. 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 쓰면 더할나위 없이 운치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술이 굉장히 운치있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이 술을 기획하고 제조한 사람은 Michael Campion이라는 영국사람인데요. 홍콩에서 이 술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Michael Campion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탁월한 마케터라는 사실은 인정할만합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뿜어내는 사케에 LED 조명과 품격있는 포장을 더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사실은 만들어진지 얼마 안된 스타트업 주류 판매상에게 큰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진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맛은 정말 깔끔했습니다. 세 가지 재료만이 사용된 순수한 사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정말 깔끔합니다. 세 가지 재료는 바로 눈에서 얻는 순수한 물, 그리고 쌀, 마지막으로 코지라고 불리우는 누룩입니다. 마치 맥주 순수령과 같은 느낌인데요. 이것도 정말 좋은 마케팅입니다. 왜냐면 다이긴조라고 불리는 사케는 사실 다 이 세가지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이건 특별히 장점이랄 것도 없습니다. 순수한(Pure) 재료(Ingredient)라는 말만 들어도 뭔가 특별해 보입니다만, 이것은 "쌀과 누룩, 그리고 물로 만든 막걸리"라는 말처럼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있어보이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 깔끔하냐면 드라이함을 넘어서 크리스피하다고 표현될 정도로 깔끔합니다. 사케 특유의 누룩향은 최소화하면서 상쾌한 목넘김을 극대화 하였습니다. 16도라는 도수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쓴맛이 없으며 목넘김 뒤에 단맛이 남습니다. 깔끔한 사케의 특성 상 술의 향과 맛은 길게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마시기에 적당한 술입니다. 하지만 가격은 가볍지 않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페어링할만한 음식으로는 단연 회입니다. 회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을 술입니다. 다른 것으로는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깔끔함이 있기 때문에 고기와 잘 어울릴 것으로 보입니다. 맛이 꽤나 순수하기 때문에 그냥 먹거나 온더락으로 먹어도 무방합니다. 마실때 가장 맛있는 온도로 제작사에서는 15~16도를 꼽고 있습니다.
저도 맨날 간바레 오또상만 먹다가 다이긴조는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는데요. 일본의 사케는 우리나라의 청주와 약간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현재는 거의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알아보자면 우리나라 전통 청주는 발효과 당화를 함께하지만 일본의 사케는 당화와 발효를 따로 한다고만 알면 대충 맞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청주는 좀 더 복합적인 맛이 나는 반면, 일본의 사케는 단조로운 맛이 있죠. 당화와 발효에 대해서는 추후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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