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바키아의 Spirit, Spisska Hruskovica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좀 특이한 술을 소개해볼까합니다. 바로 슬로바키아 Spisska Hruskovica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슬로바키아어로는 Spišská Hruškovica 라고 쓰는데요. “hruška”는 [흐루스카]라는 발음으로 슬로바키아말로 배를 뜻합니다. 라벨에도 나와 있듯이 바다를 항해하는 배가 아니고 먹는 배입니다. 때문에 Hruškovica [흐로소코비카]는 배로 만든 술 정도의 뜻이 되겠지요. 

 

슬로바키아의 술 Hruskovika

슬로바키아는 독특하게도 과실을 발효시켜 만든 술을 증류한 스피릿(Spirit) 종류의 술을 즐겨 마십니다. 지금 소개하는이런 종류의 술을 증류주 차원에서 Spirit라고 하기도 하고 Fruit Brandy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만드는 방법은 과일을 씨와 함께 압착을 한 후 경우에 따라 전분과 설탕을 첨가합니다. 이를 발효시켜 원액을 만든 후 증류를 하는데요. 더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서 얼마간의 숙성과정을 거쳐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 술의 원재료인 배도 독특합니다. 서양 배라고 하는 Pear는 우리나라 배와 다르게 아삭한 식감보다는 물렁물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즙이 시원하고 아삭한 배를 좋은 배로 평가하는 반면, 서양배는 과질이 연하고 단맛과 특유의 향이 더 풍기는 것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서양의 배는 우리나라의 배와 약간 다르다고 할 수 있지요. 

 

서양 배

동유럽이라는 지리적인 위치, 그리고 40도라는 도수는 이 술을 처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보드카가 아닌지 생각하게 하지만, 입에서 화사하게 알콜향이 퍼집니다.

가격은 700ml 용량이 12~13 유로 정도합니다. 도수가 40도 인것을 보면 많이 비싼 술은 아니지만 슬로바키아에서만 먹어볼 수 있는 독특한 스타일의 술입니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우리나라의 소주 처럼 대중적으로 마시는 술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알아보자면 WHO가 발표한 2015년 술 소비자료에 따르면 슬로바키아는 OECD국가 중 인당 알콜 소비량 5위로인당 12.5리터를 마십니다. 슬로바키아가 아니고 술로바키아인 셈이죠. 참고로 우리나라는 10.9리터로 14위입니다. 2010년 전세계 알콜 섭취량으로 보면 슬로바키아는 10위 우리나라는 17위입니다. 이를 보면 슬로바키아 사람들은 확실히 거칠고 강한 느낌의 술을 좋아합니다. 맥주도 많이 마시긴 하지만 우리나라 처럼 알콜이 많이 들어있는 술을 선호하는가 봅니다. 

 

GHO | World Health Statistics data visualizations dashboard | Harmful use of alcohol

 

각설하고 이 술을 처음 먹었을 때 느낌을 말해보자면 목이 싸할 정도로 강한 알콜 질감 때문에 사실 조금 놀랐습니다. 언뜻 맛을 보면 중국의 이과두주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기만 확실히 배를 재료로 써서 그런지 이과두주 스타일의 은은하게올라오는 정제된 향보다 거칠게 목을 타고 흐르는 맛이 더 강합니다. 물론 이건 제가 전날 과음을 한 후에 먹었기 때문에느낀 주관적인 느낌일 수 있습니다. 술은 적당히 먹었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래 숙성되지 않은거칠고 쎈 술의 맛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