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파 평양냉면 원조
이냉치냉의 계절입니다. 겨울에는 역시 냉면이죠. 오늘은 항상 가보고자 했지만 멀리있어서 가보지 못했던 춘천의 평양냉면 맛집, 평양냉면을 다녀왔습니다. 간판이 그냥 평양냉면입니다. 다수의 언론에도 나왔지만 지리적 편의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주목을 받지 못하는 집입니다. 하지만 주말이나 연휴에 가면 줄을 서서 먹는 곳이죠.
간판은 심플합니다. 춘천의 평양냉면집을 아는 사람들은 파란지붕 냉면집이라고 부릅니다. 파란 지붕과 파란 하늘이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옵니다. 노란색 한자로 씌여있는 간판을 보면 이 가게의 업력이 오래되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줍니다. 이곳에서만 70년 넘게 운영한 노포입니다.
냉면을 먹으러 들어가면 따듯한 면수를 한 잔 줍니다. 사실 따듯하다기 보다는 엄청 뜨겁습니다. 시린 손으로 컵을 감싸고 손을 녹이다 보면 평양냉면이 나옵니다.
오랜된 가게에서 볼 수 있는 레트로 양념통입니다. 요새는 깔끔한 양념통을 많이 쓰지만 이곳은 오래된 가게 답게 정겨운 디자인의 양념통을 씁니다. 간장과 식초, 그리고 후추, 고추가루가 있습니다. 겨자는 쉽게 쉬는 재료인지라 냉면을 시키면 따로 나옵니다.
가게는 입식입니다. 옛날에는 좌식이었을 법한 구조입니다. 벽에는 옛 한글이 써있는 벽지가 발라져 있고 맞은편에는 메뉴판이 보입니다.
평양냉면의 가격은 물냉면이나 비빔냉면 할 것 없이 9천원입니다. 곱배기를 시키면 2천원이 추가되어 1만 1천원이됩니다. 저는 어디를 가던지 곱배기나 사리추가를 시키기 때문에 이번에도 곱배기를 먹었습니다. 수육도 꽤 맛있다고 하니 여럿이 가면 수육도 시켜먹을만 합니다. 평냉은 물냉으로 먹어야 제맛이기 때문에 물냉 곱배기를 시켰습니다.
정갈한 한상이 나왔습니다. 국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밍밍합니다. 간을 안하면 싱거울 수준이죠. 저는 평양냉면도 간이 조금 되어 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간장과 식초 겨자를 항창 넣어 먹습니다. 나오자마자 육수를 한번 들이키고 면을 넣은 뒤에 겨자와 식초를 넣습니다. 그리고 한번 더 먹고 난 후 또 겨자와 식초를 넣습니다. 입맛이 익숙해 질수록 더 세고 자극적이면서 새로운 맛을 추가하는 것이죠.
배와 수육, 계락이 올라가 있습니다. 여느 평양냉면집에서 보는 것과 같지만 국물이 허여멀겋습니다. 슴슴하다 심심하다는 맛을 느끼려면 이곳의 평양냉면을 먹어봐야합니다. 냉반이라고 밥을 말아 주시도 하신다는데 저는 면을 좋아하기 때문에 냉면을 먹었습니다. 사실 이런 심심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 다는 것이 잘 상상도 안되기도 합니다.
다들 평양냉면에서 육수를 최고로 꼽지만 저는 면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냉면이라는 것은 면과 육수 두개의 합작품이죠. 고구마 전분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간 함흥파와 다르게 평양쪽 냉면은 메밀이 조금 더 들어가 고소한 향이 납니다. 그 점에서 춘천의 평양냉면 면은 정말 고소합니다. 육수와 면의 깊은 맛을 느끼면서 먹다보면 식초나 겨자, 간장을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무조건 식초, 간장, 겨자를 쳐서 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김치도 맛이 있습니다. 저는 냉면과 김치를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냉면을 주면서 김치까지 주는 집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김치가 은근히 원가가 비싼 음식이긴 하죠. 여기 김치는 냉면과 딱 어울리는 정도로 자극적이었습니다.
마지막은 다대기와 함께합니다. 이런저런 양념을 해가며 먹다가 마지막에는 다대기를 섞었습니다. 이건 저도 처음한 경험이었는데 다음에 간다면 다대기는 넣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고춧가루 정도 살짝 뿌려 먹는다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다대기를 같이 주시길래 넣어 먹어봤는데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식초와 겨자, 고춧가루 까지입니다.
많은 평양냉면 집을 가 보았지만 이곳의 냉면 맛은 다른 곳과 확실히 차별화되고 호불호가 강할 수 있습니다. 색다른 평양냉면을 접하고 싶다면 이곳도 반드시 들려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에만 정통 평양냉면집이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다양한 시도를 하며 평양냉면을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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