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 마이크브라운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천문학자가 말하는 과학자의 자세
자전적 과학 이야기를 포함한 감성 가족 에세이
천문학자가 말하는 올바른 과학자의 자세
만약 나에게 인류가 멸망하는 순간까지 나의 이름이 남을 수 있는 위대한 발견을 했다고 모두가 인정해 주는 경우, 그것이 비록 올바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커다란 명예를 뒤로하고 내가 발견한 것이 사실은 여러분이 알던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솔직히 말할 수 있을까? 마이크 브라운은 그렇게 했다. 우리 은하계에는 아직 수성, 금성, 화성, 토성, 목성, 해왕성, 천왕성, 명왕성 더 행성들이 있을 것이라는 낭만적인 생각으로 하늘을 살펴보던 마이크 브라운은 콰오아, 세드나, 에리스, 세레스 등 행성 많은 행성후보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중 명왕성보다 크기가 컸던 에리스는 태양계의 10번째 행성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마이크 브라운이 자기가 발견한 이 열번째 행성을 행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자기가 발견한 이 열번째 행성이 행성이 아닌 이유는 결국 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는 결론을 도출해내게 된다.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많은 돌덩이, 가스덩이들이 돌고 있다. 그 중 덩어리가 크고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 행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는 행성 순서를 외우고 있었고 당연히 행성은 이렇게 아홉개가 있다고 알고 있었다. 10번째 행성을 발견하려고 마음먹은 마이크 브라운은 열번째, 열한번째 행성 후보들을 발견하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알고 있던 행성의 분류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도대체 행성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태양을 중심으로 둥근 형상을 하면서 돌고 있는 천체를 우리는 행성이라고 부르는 건가? 그렇게 따지면 행성이라고 불러야하는 것은 우리가 발견한 것 중에서만 200개가 넘는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넘어 소행성대에 있는 수 많은 행성들 중 둥근 모양이 없을까. 크기가 어느정도 이상 되어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기에는 마이크가 발견한 제나라는 행성 후보다 명왕성보다 크다.
우주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는 다양한 설이 있겠지만 지금 태양계는 세가지 분류로 나눠볼 수 있다. 수금지화로 불리는 암석형 행성, 그리고 암석형 행성을 조금 넘어 목성 사이에 형성되어있는 소행성대, 그리고 나서 목토천해라고 불리는 가스행성들 그리고 그 밖에도 마치 소행성대 처럼 수많은 암석들이 돌고 있다. 이를 카이퍼밸트라고 한다. 마이크 브라운은 바로 이 카이퍼밸트에서 서너개나 되는 행성후보들을 발견했으며, 그 중 일부는 명왕성보다 컸다. 그리고 명왕성이 행성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명왕성도 바로 이 카이퍼밸트에 속해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종합해보면 카이퍼 밸트의 가장 안쪽에서 태양을 돌던 명왕성이 가장 먼저 발견되어 행성으로 편입되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명왕성 뿐만아니라 수많은 별들이 카이퍼 밸트를 구성하고 있었고 그 밖에는 명왕성보다 훨씬 크지만 명왕성보다 멀리있어 늦게 발견된 제나가 있다. “제나를 행성으로 편입해야 하는가?” 물었을 때, 국제천문연맹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제나를 발견한 마이크 브라운은 인정할 수가 없었다. 제나가 왜 행성인가? 제나는 카이퍼밸트에 있는 수많은 천체들 중 하나일뿐인데.. 명왕성도 그러하고 그렇기 때문에 마이크 브라운은 자기가 그렇게 찾고 싶어했던 열번째 행성을 발견하는 대신 아홉번째 행성을 죽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영원한 거짓은 없다
마이크 브라운은 결국 마지막 행성을 죽이는 것에 성공했다. 창조자대신 파괴자로 남았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고민과 논의가 있었지만 결론은 그렇게 되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책을 읽고 감상할 때, 만약이라는 가정을 세워보는 일은 항상 흥미롭다. 만약 마이크 브라운이 국제천문연맹이 정의한 10개의 행성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마음 속으로 조금 찜찜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그에 따르는 엄청난 명예가 있었을 수 있다. 행성을 발견한 사람 중 유일하게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많은 강연과 저술을 남겼을 수 있다. 하지만 알맹이가 있었을까? 자신은 안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후대에 어느 젊은 천문학자가 그 치부를 들쳐내 그가 이룩한 위대한 업적에 도전하고 하루 아침에 물거품을 만들어 버렸을 수도 있다.
그럴바에는 스스로 더 정당한 정의에 편입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마이크 브라운은 현명하게 그렇게 대처했고 우리들 중 대다수는 그의 현명한 선택을 지지한다. 다른 사람을 끝까지 속일 수 있는 재주가 없다면 스스로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하는 것이 결국 나에게 도움이 된다.
아직도 남은 미지의 영역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이크 브라운은 카이퍼밸트를 넘어서 또다른 미발견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카이퍼밸트의 행성이 태양을 공전하는데 있어 지나치게 편향된 궤도를 그리고 있는데 이는 다른 엄청난 중력이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또 다른 가능성을 남겨두고 이야기는 끝난다. 우주를 바라보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일찍이 칼 세이건이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 창백한 푸른 점에서 먼지만도 못한 크기의 인간들이 정말 많은 갈등과 아픔을 만들어낸다. 우주적으로 보면 내가 지금하고 있는 고민이 정말 작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힘들 수록 우주를 본다. 우주 안에 있는 작은 나를 보고 우주가 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뜬금없이 내일 외계인이 침공해서 지구를 멸망시킬 수도 있다. 그런 무한한 개연성을 우주는 가지고 있다. 우주 이야기가 신비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큰 우주와 작은 우주
이 책을 처음에는 우주에 대한 관심으로 읽기 시작했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제외된 것은 2006년의 일이다. 꽤 예전일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 익숙하다. 요즘 배우는 지구과학에는 명왕성이 없을까? 그건 그대로 나에게 생소한 사실이긴하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생각은 이 책은 우주를 소재로한 감성 에세이라는 것이었다. 가족이 생기고 나의 우주가 변하는 경험을 담백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아이들이 있는 시점에 큰 공감이 됐다. 육아를 하거나 육아를 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큰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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