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삼합이 먹고싶을 때, 인사동 양조장
날이 추워지고 있습니다. 추운 날에는 따듯한 아랫목에서 뜨듯하게 등을 지지고 있으면 잠이 솔솔오는데요. 요즘은 이런 분위기를 집에서 조차 느끼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도심 한가운데, 인사동이라면 다릅니다. 인사동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홍어 맛집, 인사동 양조장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독특한 느낌의 인사동 양조장
다른 사람들처럼 인사동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합니다. 인사동 맛집이라고 하기도 하고 주점이라고 검색하기도 합니다. 쌀쌀한 날씨에 무엇을 먹으면 좋을지 고민하며 여러 정보를 수집하다가 우연하게 걸려든 맛집이 있습니다. 바로 인사동 양조장입니다. 양조장이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술집입니다. 점심메뉴도 있지만 저녁에는 식사를 하는 사람보다는 술을 먹는 손님을 받는다고 합니다. 술도 안주도 다 맛있는 인사동 양조장을 소개합니다. 참고로 이 블로그의 모든 글은 내돈내산입니다. 아무도 협찬을 해주지도 않기 때문이죠.
인사동 양조장은 인사동에서 골목으로 들어오거나 아예 큰길에서 인사동 골목으로 들어가야 보입니다. 큰 길을 기준으로 골목 초입에 있고, 인사동 골목에서 보자면 쌈지길 옆의 작은 골목을 통해서 큰길로 나가는 곳에 위치합니다. 아주 오래전에는 가정집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가게입니다. 지금도 당장 아무나 들어가서 살 수 있을 정도로 가정 친화적인 구조입니다. 계단이 4개가 있는 대문을 지나면 항아리가 있는 마당을 지나 <인사동 양조장> 현관문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간판에 작게 한자로 입구라고 써있는 곳을 들어가면 됩니다. 처음에 가시면 입구부터 어색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그랬었기 때문입니다. 여기가 맞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문을 열면 바로 그곳이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내로 들어가면 더 가정집 같습니다. 화장실은 1층에 있고 안쪽에는 주방이 있습니다.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비로소 식당 비슷하게 보이는 좌석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벽지, 미닫이문이 보이는 그냥 일반 가정집 같은 식당입니다.
저는 사실 홍어를 먹지 않습니다. 예전에 술김에 편의점에서 샀던 홍어를 먹었는데 꼬랑내 나는 발 뒷꿈치를 물에 불려서 씹어먹는 듯한 냄새와 질감이 났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뭐 그 당시에는 이정도면 먹을 수는 있는 음식이겠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인사동 양조장이라는 이 식당의 인기메뉴가 홍어삼합이길래, 홍어가 쎄봐짜 홍어지! 라는 생각으로 홍어삼합을 용기있게 주문했습니다. 이때 까지는 몰랐습니다. 이게 그렇게 후회스러운 일이었다는 것을요.
제가 처음부터 너무 쎈 메뉴만 말을 한 것 같습니다. 메뉴판을 보면 그냥 평범한 전통주점입니다. 홍어삼합이 자신이 있을 뿐, 다른 안주들도 다 좋습니다.
기세 좋게 홍어삼합을 시켜놓고 뭔가 쫄려서 감자채전도 주문해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안 사실이지만 강원도에서 감자가 화폐로 쓰이는 것은 정말 합당한 처사입니다. 감자는 삶고 튀기고 구워도 모두 맛있습니다. 감자채전을 시켰다는 게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말입니다.
이 블로그는 시간 순이 아닙니다. 위에 나온 감자전은 사실 아래의 반찬이 나오고 난 다음에 나온 것입니다. 아래 반찬을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이름모를 건조 나물과 궁채 들깨 무침입니다. 제가 30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이 두 안주만 가지고도 막걸리 한말은 해먹었을 것입니다. 그정도로 모두 간이 딱맞고 궁채는 오도독한 식감이 들깨와 어우러져 고소한 맛을 자아냅니다.
오늘 홍어삼합과 페어링할 막걸리는 자희향이라는 막걸리입니다. 다른 첨가물 없이 오직 쌀, 누룩, 물로만 빚은 전통방식의 막걸리라고 합니다. 요새 나오는 막걸리들이 밀로 만들어 사카린을 넣어 단맛을 낸다면 이 자희향은 쌀로 만든 은은한 단맛이 입속에 풍겨질 예정입니다. 과연 그럴지 기대가 됩니다. 사실 이 술은 위에 있는 메뉴판에서 보이기도 하지만 10도 15도 20도로 나뉘어 있습니다. 도수에 따라 가격도 달라지죠. 쎈술은 조금 먹어도 빨리 취하고 적은 술은 많이 먹어야 취하기 때문에 약한 술은 싸고 강한 술은 비쌉니다. 같은 값이면 도수가 쎈것이 훨씬 남는 장사죠. 하지만 가격이 다릅니다. 약한 술은 싸고 강한 도수의 술은 비쌉니다. 전 세계 모든 술은 센 술을 비싸게 쳐주죠. 그만큼 만들기도, 취하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취하는 것은 비싸다는 뜻이죠. 이를 단순화 시키면 취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이죠. 제가 살아온 어중간한 인생처럼 어중간한 도수 15도를 주문합니다.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준 홍어삼합 첫경험
드디어 홍어삼합이 나왔습니다. 파가 들어있는 양념장, 깍두기도 같이 나왔습니다. 깍두기도 적절히 잘 익었습니다. 마늘, 새우젓 묵은지, 보쌈, 홍어회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맛깔스럽게 나온 것을 보니 저도 홍어를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김치에 마늘과 새우젓, 보쌈을 넣어 먹어봤는데 야들야들한 보삼을 묵은지가 살포시 감싸는 가운데 마늘의 알싸한 매운 맛이 은은학 풍겨나옵니다. 그렇지! 이게 바로 제대로 된 보쌈입니다. 거기에 자희향을 곁들이니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뭔지 알겠습니다.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인데 어디를 또 가려고 하겠습니까? 앉은자리에서 돼지가 되어 나갈지언정 술안주를 남길 수는 없습니다.
드디어 호기롭게 시킨 홍어삼합입니다. 야들야들한 보쌈, 잘 삭힌 홍어, 마늘도 한쪽 넣어주고, 익숙한 맛의 초장이 나의 입에 들어오는 홍어라는 신문물을 조금이라도 중화시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듬뿍 넣어줍니다. 향이 강하기로 소문난 묵은지를 듬뿍 올려서 한번에 싹 들이킵니다. 처음 먹어보는 홍어 삼합.
홍어삼합은 지금까지 주제모르고 날뛰었던 음식에 대한 저의 자신감을 꺽어버렸습니다. 먹을 때는 괜찮았지만 세번 씹고나서 겸손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 내가 모든 음식을 잘먹는 것은 아니구나, 홍어는 듣던대로 난이도가 강했구나. 주제도 모르고 홍어라는 철옹성에 도전한 저를 자책합니다. 아니 이게 싼 것도 아니고 5만원짜리인데,, 이거 다 먹어야할텐데. 보쌈만이라도 먹으면 반은 건지는 것이지만 홍어가 메인인데 홍어를 버릴 수 없습니다. 아니 코에서 나는 암모니아 냄새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니… 이건 당장 학교 과학실에 집어 쳐넣어 실험도구로 써도 될 정도로 강렬한 느낌의 암모니아입니다. 발냄새? 오줌냄새? 이런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암모니아 원액입니다. 주제도 모르고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으면 점막이 손상되 코피를 줄줄 흘리게 하는 바로 그 암모니아 원액입니다.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봅니다. 내가 이렇게 주제파악도 못할 정도의 쫄보인가. 다만 홍어가 너무 쎘을 뿐인 것은 아니었을까? 이와중에 감자전은 엄청나게 맛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홍어삼합이 아니고 육전이나 굴전은 얼마나 맛있었을까. 그런 맛있는 음식들을 두고 내가 홍어라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보는 것은 옳은 선택이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그냥 홍어를 조금 작게 해서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홍어를 조금 넣고 먹으니 음식 본연의 감칠맛을 돋구는 느낌이 났습니다. 그래 이정도면 됐다.. 홍어를 오체분시해서 살짝 올려먹었습니다. 그래도 나중에는 꽤 많이 먹었죠.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봤다면 천인공노할 일이었지만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홍어에 도전해보지 않겠습니다. 제가 홍어님을 몰라봐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고 저랑은 더 이상 인연이 아닐 것 같습니다. 옆에서 누가 먹는다면 한점 뺏어먹을 정도의 맛은 되지만 주구장창 홍어로만 안주를 해서 술을 드시는 고수분들에게는 존경의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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