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돼지로 만든 맑은 돼지국밥, 광화문국밥
돼지국밥의 혁명
하얀 돼지국밥을 흑돼지로 만들다니
흑돼지의 살은 하얗다
깍두기를 리필하지 않는다면 국밥 맛집이 아니다
모름지기 고기에는 고추와 마늘이 있어야한다
나는 후추를 좋아한다
천사를 닮은 돼지국밥
부산식이 아닌
광화문식 돼지국밥의 맛은 어떨까?
돼지국밥의 혁명
돼지국밥은 돼지국밥답게 정구지 푹푹 말아서 쓰까 먹어야하는 것일까요. 이런 부산식 돼지국밥에 도전장을 던진 돼지국밥이 있었으니 바로 광화문국밥 되시겠다. 가게 간판부터 굉장히 도전적이고 외관도 혁명적이다. 붉은 외벽은 마치 러시아의 10월을 떠올리게 한다. 한마디로 볼셰비키 정신을 가지고 볼셰비키가 만든 국밥이다. 참고로 글쓴이는 돼지국밥이라면 환장하는 국밥충이다.
그렇다면 광화문국밥은 왜 혁명적인지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자. 메뉴판부터 정신을 차리기 힘든 정도인데 돼지국밥 바로 아래에 평양냉면이 있다. 대부분의 평양냉면은 소고기를 우린 육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돼지국밥보다는 곰탕 같은 것을 같이 팔기 마련이다. 그런데 곰탕이 아니고 돼지국밥이라니… 필시 여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얀 돼지국밥을 흑돼지로 만들다니
그렇다. 광화문국밥의 메인메뉴 돼지국밥은 하얀색이다. 뭐 이것도 그렇게 특별한 것은 없다. 본디 국밥이라함은 결국 육수이고 대부분의 육수는 하얗다. 뽀얗고 순수한 이 육수에 붉은 심장과 같은 다대기 양념과 고춧가루로 버무린 정구지 무침을 넣으면 비로소 겨울철 어린아이 뺨과 같은 분홍빛을 띄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광화문국밥은 이런 돼지국밥의 정석을 뿌리친다. 고등학교때 누구나 보던 수학의 정석과 개념원리를 뿌리치고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천재다. 이딴 정석 따위는 개나줘버리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가는 것이다.
광화문 국밥집에는 다대기를 넣지 말라고 써있다. 정말 정말 정말 다대기를 넣고 싶다면 국밥을 먹다가 나중에 넣으라고 한다. ‘그래, 이렇게 까지 먹고서도 다대기를 넣고 싶다면 넣어라, 구제불능아.’ 이정도로 하얀 국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흑돼지의 살은 하얗다
그렇다. 하얗다. 너무 하얗다. 아마도 국물을 우리느냐 색소를 전부 물에게 빼앗겼나보다. 그만큼 광화문국밥의 돼지국밥은 하얗다. 하얀게 어떻게 혁명적이 될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원래 선했다 루소가 말했고 맹자가 말했다. 그런데 세상이 우리를 이렇게 혼탁하게 만들었다. 국밥도 마찬가지다. 육수는 모두 하얀색이었지만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는 다대기가 육수를 혼탁하게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하는 광화문국밥의 정신은 가이 혁명적이다. 그럼 빨간색은 어디서 찾아야하는가. 모두가 열망하는 자극적인 그 맛! 그것은 국밥 자체가 아닌 국밥을 국밥답게 빛내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국밥 밖에서 찾아야한다. 그렇다! 바로 깍두기다.
깍두기를 리필하지 않는다면 국밥 맛집이 아니다
깍두기는 국밥의 친구다. 모두가 국밥집에서 국밥에 집중하고 있을 때, 곁다리를 좋아하는 나는 국밥의 친구들을 더 세심하게 살핀다. 국밥집의 주연은 국밥이지만 비선실세, 숨어있는 흑막은 깍두기다. 깍두기가 붉은 양념으로 숨기고 있는 음흉한 하얀 속내를 밝히려면 단단한 앞니로 그 고집을 부수어 버리는 수밖에 없다. 적어도 두번 이상은 깍두기를 리필해야한다. 하지만 요새 아주 고약한 시스템이 생겼는데 추가반찬 리필이다. 깍두기를 더 먹으려면 쿵기덕쿵더러러 국밥을 먹던 리듬을 끊어야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 또한 행운이다. 깍두기를 더 달라고 하면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쥐똥만큼 주는 집들이 있어 두번 세번 리필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곳이 있었는데, 내가 셀프로 뜬다면 고봉밥 수준으로 퍼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고기에는 고추와 마늘이 있어야한다.
고추는 고기와 같은 성의 형제다. 고추는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준다. 마늘은 고추의 연인과 같은데 고추가 부족한 알싸한 매운 맛으로 고추와는 다른 풍미를 준다. 고추, 마늘, 고기. 여기에 쌈만 있으면 한국식 바베큐는 완성이나 다름없다. 다름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쌈장이 없기 때문이다. 쌈장이 없는 한국식 바베큐는 초장 없는 회와 같다.
할말 다 했으니 이제 국밥 말을 해보자. 국밥은 굉장히 맑다. 곰탕같다. 왜 돼지국밥이었을까? 잡식성인 돼지와 초식성인 소가 육수가 맛이 비슷하다면 이건 내 혀가 분별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내 혀의 분별없음이 밝혀졌다. 깔끔하고 슴슴하다. 슴슴하다는 표현은 뭔가 심심하다. ‘심심하다’에서 ‘ㅣ’모음만 바뀌었을 뿐인데 맛의 표현이 되다니. 단순히 싱겁다는 말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사투리에서 차용한 표현이겠지만 심심하면서 약간 짠 맛이 나기 때문에 밥을 살짝 말면 좋다.
나는 후추를 좋아한다.
후추가 좋다. 하얀 것을 하얗게 둔다면 뭔가 심심하지 않은가? 매력점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하얀 고기에 점은 후추를 점점이 박는다면 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후추의 매콤한 맛은 고추의 매운 맛도 아니고 마늘의 알싸한 맛도 아니다. 바로 고기의 살결 틈에 박혀 고기와 잘 어우러진다. 후추값이 비쌌던 중세에 태어났다면 후추 때문에 파산했을 것이다.
하얀 국밥에 다대기를 풀 수 없다면 그 아쉬움은 후추로 달래는 수밖에 없다. 본디 사람이란 완벽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온통 새하얀 방에 사람을 일년간 가둬 둔다면 미쳐버리지 않을까? 살기 위해서는 후추처럼 게임기도 있고 책도 있고 심심한 방 한가운데서 뭐라도 찾아볼 수 있는 오점이 있어야한다.
그래서 돼지국밥은 맛있었냐고? 충분히 맛있었다. 다음에 또 갈 의향도 있다. 만약 여름에 가게 된다면 평양냉면도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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