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대표 냉면 진주냉면, 송기원 진주냉면
그동안 중부지방을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 그러다 이번에는 간만에 남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남해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유롭고 좋은 기분이 오랫동안 남아있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여행에서는 만족스러운 식도락이 빠질 수 없겠죠. 남해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냉면 맛집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바로 송기원 진주냉면입니다.
해물 육수를 사용한 남도식 냉면, 진주냉면
진주냉면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평양의 물냉면, 함흥의 비빔냉면이 있다면 진주에는 해물 육수를 사용한 진주냉면이 있었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진주냉면의 경우는 문헌에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 제조법이 소실되어 명맥이 끊겼다고 합니다. 송기원 진주냉면은 다시 옛 문헌에 나오는 진주냉면을 복원하였다고 합니다.
그 맛이 예전과 같지 않으면 다른 진주냉면일 수 있지만, 흑백요리사에서 나오듯이 기존에 있는 음식에 영감을 받아서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데, 순조가 즐겨먹었다는 냉면을 새로운 시각에서 복원하였다는 점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정갈함에 신경쓴 음식점
제가 음식점을 가면 좀 신경써서 보는 것이 하나 있긴한데 바로 수저통입니다. 뭐 깔끔하게 관리만 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수저통을 깔끔하게 관리하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수저통을 따로 닦고 관리한다는 건 정말 많은 수고가 들어가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따로 포장해서 주는 곳을 선호합니다.
수저통을 쓴다고 당장 배탈이 나지는 않겠지만, 코로나처럼 전염병이 돌게되면 저에게도 전염될 우려가 있겠죠. 저도 코로나 이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코로나가 우리의 삶과 생각을 많이 바꿔 놓은 것 같습니다. 국수면발을 자르는 가위도 육중하면서 옛스러운 멋이 있습니다.
면수대신 따듯한 육수가 나옵니다. 냉면집에 육수가 나오는 것도 좋고 면수가 나오는 것도 좋죠. 예전에는 갈비 전문점에서 냉면을 제대로 뽑기도 했었는데 고기 육수를 사용하는 곳에서 냉면을 만드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진주냉면도 다른 냉면집과 다르지 않게 육수가 나옵니다. 맛은 냉면집에서 흔히 나오는 육수의 맛이 납니다.
음식을 복원한다는 것이 아예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던 것에서 변형하는 것이 아무래도 쉽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냉면이라는 전형적인 형식이 존재하고 이를 옛 문헌에 맞게 새롭게 해석해서 탄생시킨 맛입니다.
그런 면에서 무절임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춧가루가 들어가서 약간 매콤한 맛을 더했습니다. 맵지는 않습니다. 아이도 먹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메뉴판도 깔끔하고 식초도 배금초를 쓰면서 신경쓴 느낌이 납니다. 휴지나 물병, 젓가락, 메뉴판을 보면 냉면집 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감성을 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저는 이런 흔적을 보면 가게의 위생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집니다. 보이는 부분에 신경을 쓰는 만큼 안보이는 부분에서도 노력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진주냉면의 맛은 어떨까?
이제 냉면을 먹어보겠습니다. 냉면 메뉴판도 정말 특이합니다. 메뉴가 순조 1800년, 논개1593년, 송기원 1997년이라고 되어있습니다. 메뉴를 따라만가도 진주의 역사와 전통을 1997년까지 이어오고자하는 노력이 옅보입니다.
특히 논개 1593년의 메뉴를 보면서 논개라는 여성의 이름과 행적만 알았지 그게 진주성에서 벌어진 일인 줄 다시 알게되었습니다. 논개 1593년은 논개를 기억하며 논개의 붉은 매혹을 담아 해물 간장소스를 사용한 비빔냉면이라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순조 1800년과 송기원 1997년을 시켰습니다.
원조 진주 물냉면, 순조 1800년
이제 순조 1800년을 먹어보겠습니다. 진주냉면의 가장 큰 특징은 육전입니다. 순조로 시작해서 논개, 송기원으로 이어지는 이름이 좀 웃기긴 했습니다. 조선의 왕, 전쟁의 영웅, 그 다음에 음식 개발자가 나옵니다. 그만큼 음식에 자부심이 있다는 뜻이겠죠.
이제 순조 1800년을 먹어보겠습니다. 제가 봐도 너무할 정도로 음식사진을 뭣같이 찍어놨습니다. 사진은 제가 한번 휘적하고 찍은 것이므로 감안하고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일단 육수의 감칠맛이 고기육수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 올라가 있는 육전도 추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푸짐합니다. 다만, 저는 냉면에 육전을 올리는 게 과연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문헌에 그렇게 나와있으니 올렸겠지만, 저는 진주냉면을 먹으면서 조상들이 약간 맛알못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고생을 들여 깔끔한 육수를 뽑은 뒤에 육전을 올려 다시 식감을 무겁게 만든다? 이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육전을 걷어내고 먹은 뒤 나중에 따듯한 육전을 따로 먹는게 훨씬 맛있었을 것 같다는 게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그렇다고 냉면이 맛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저도 타고난 냉면 마니아이기 때문에 어떤 냉면이든 다 잘 먹긴 합니다. 육수와 면만 있으면 심심할 것 같은 식감을 육전이 어느정도 채워주는 것도 있고 약간 보쌈에 싸먹는 비빔국수 같은 맛입니다. 그런면에서 송기원 선생이 새로 개발한 것들은 매콤한 양념장이 들어간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진주냉면의 새로운 해석, 비빔냉면 송기원 1997년
그다음에 먹어볼 냉면은 송기원 1997년입니다. 비빔냉면이 아니고 물냉면입니다. 물의 양이 좀 줄고 양념장이 들어갔습니다. 메뉴판에는 섞음 냉면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이건 좀 더 육전과 어울렸습니다.
전반적인 평가
저는 음식점 평가를 별점처럼 세분하게 할 재주가 없습니다. 다만 다음에 와서 또 먹을 거냐고 물어봤을 때 송기원 진주냉면은 다음에 와도 또 먹을 거라고 대답할만한 맛입니다. 진주까지 와서 진주에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먹어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죠.
진주냉면을 먹는게 이번까지 두번 째인데 항상 먹을때마다 왜 육전을 냉면에 넣었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고기가 차가운 육수와 만나 딱딱하게 식어버리기 때문이죠. 뭐 진주냉면이 원래 그렇다니 더 할말은 없지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밀려오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냉면과 고기, 이건 뭐 말할 필요도 없는 우리의 소울푸드잖아요. 그 두가지를 함께 먹을 수 있는 진주냉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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