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맺힌 감정을 풀어 줄 수 있는 시원한 영화
최동훈 감독이 도둑들 이후 3년만에 개봉한 영화이다. 예전에 봤던 오래된 사진을 보고 영감이 떠올라서 만든 영화라고 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다. 전우치, 도둑들, 그리고 희대의 명작 타짜에 이르기 까지 최동훈 감독이 시나리오를 이끌고 가는 과정은 명쾌하면서도 가볍지 않다.
광복 전후 만주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동안 많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의 만주는 일본이 만든 괴뢰정부인 만주군, 중국의 지역 군벌, 그리고 소수민족을 비롯한 민국의 독립세력이 함께 뒤섞여 있는 황야의 무법지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화가 그런 관점에 집중하여 만들었다. 이번 암살의 경우도 초반에 자유로운 만주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그렇지만 마냥 자유롭기보단 어쩔 수 없이 머물러 있는 경유지의 자유로움이 묻어난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최동훈 감독을 비롯한 초호화 캐스팅으로 관심을 이끌었던 작품이다. 그리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줄거리도 전혀 가볍지 않다. 악질 친일파와 일본 고위 관료를 암살하려는 시도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배신과 헌신이 교차하면서 일제시대의 소시민과 영웅들에 대한 감정이 되살아난다. 특히 입체적인 인물인 염석진을 통해 당시 독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꿈과 좌절 그리고 처세술과 이후 민족반역자 청산의 문제를 다루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는 점에서 영화의 내용은 가볍지 않다. 또한 김구, 김원봉등 실존인물들이 나오면서 이야기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배우들을 멋있게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최동훈 감독의 색깔은 정말 쿨하다고 느꼈다. 나쁜놈 착한놈 할 것 없이 모두가 멋있게 나오고 소신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 비록 그것이 민족반역자일지라도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있고 확신을 가지고 행동한다. 나쁜 행동을 하면서도 구질구질하지 않고 멋있게 묘사되며 머뭇거림이 없다. 중요한 문제는 문제대로 거론 하면서 그에 대한 결과는 영화적으로 깔끔하게 만들었다.
현실과 다른 통쾌함,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상처난 자존심을 치유하는데 확실한 치료약이다. 임진왜란의 참혹한 광경 이후에 임진록이 만들어지고 일제 강점기 이후 일어난 민족 운동, 그리고 6.25 직후 심해진 반공운동 등은 시대와 맞물려 대중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지금와서 만들어지는 이런 영화 역시 무엇인지 모를 것에 억압받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시원하게 뿜어내는 배출구로 작용할 수 있다.
올 여름 답답한 현실이 싫다면 암살을 보면서 가슴 속에 응어리져있는 감정을 배출해 내며 여름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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